[국내뉴스]
<곤지암>처럼 법정 분쟁을 겪었던 영화 3편
2018-04-02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영화 <곤지암>은 실존 장소인 '곤지암 정신병원'(운영 당시 남양 신경정신병원)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2012년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하나로 선정됐다. 환자 집단 자살로 인한 폐업, 원장 실종 등 흉흉한 괴담(실제 병원은 경제적 원인으로 폐업하였고, 병원장은 자연사하였다)들로 국내에서는 이미 '호러 스폿'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이렇듯 실제 장소에 관한 괴담들을 소재로 다루다 보니, <곤지암>은 개봉 전 곤지암 정신병원 부지의 소유주와 법정 분쟁이 있었다.

소유주는 "<곤지암>의 제작진이 개인 사유지에 무단으로 침입하였고, 영화로 인해 진행 중인 매각에 차질이 생겼다"며 명예훼손으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제작진 측은 "부산의 폐교에 세트장을 따로 만들었으며 기존에 퍼져있던 영상만 참조하였다"고 맞대응했다. 덧붙여 "마케팅 과정에서 본 영화가 허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임을 지속적으로 밝혔다"라 주장했다.

결과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재판부는 "영화 <곤지암>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는 명백히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포영화에 불과할 뿐 부동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고, 괴이한 소문은 영화가 제작되기 한참 전부터 세간에 퍼져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됐다"고 말했다.

<곤지암> 전에도 영화 제작에 관련된 법정 분쟁은 존재해왔다. 대부분의 영화 관련 법정 분쟁은 두 가지로 나뉜다. '명예훼손'과 '표절'. <곤지암>은 전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들이 <곤지암>처럼 명예훼손으로 인한 법정 분쟁에 휩싸였을까.

<김광석> -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김광석>은 MBC 기자 출신인 이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가수 고 김광석의 타살 의혹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고 김광석을 죽인 것이 아내 서해순씨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에 서해순씨는 2017년 11월 법원에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상호 기자는 영화의 감독일 뿐이며 영화에 대한 상영을 금지하거나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이상호 감독 등이 서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SNS에 게시, 유포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판결했다.

<공범자들> -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2017년 7월 김장겸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현직 MBC 임원 5명이 법원에 영화 <공범자들>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들은 "영화 <공범자들>이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가처분을 신청한 이들이 '공인'인을 명시,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영화 <공범자들>이 MBC 전·현직 임원들의 사진, 영상, 음성을 공개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의 정당성과 중대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또한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도 법에 위반되는 방식이 아니라 했다.

<실미도> - 손해배상 소송 원고 패소

<실미도>는 개봉 후 1년 뒤인 2004년 12월 소송에 휩싸였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실미도>의 모티브가 된 실제 684부대의 유족들. 실미도 사건의 유가족 6명은 법원에 "영화에 등장하는 훈련병들을 사형수 출신 용공주의자로 보이게 해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원고(유가족) 측의 패소. 재판부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 명예를 훼손했다 하더라도 이를 믿을 만한 이유가 있으면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명예 훼손 관련 영화 소송은 제작사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영화는 엄연히 예술의 일환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국가기관, 언론기관만큼의 철저한 사실 확인은 요할 수 없다는 것이 사법부의 전반적인 판단인 듯하다. 또한 원고의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 제공이나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소송은 대부분 기각된다. '애매하거나 간접적인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와 이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언제나 억울한 이는 존재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법원이 이를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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