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덕구>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이별 이야기
2018-04-04
글 : 이주현

“제 이름은 김덕구입니다. 덕 덕자에 구할 구. 덕을 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논두렁에서 우렁차게 웅변을 하는 초등학생 덕구(정지훈). 그 곁에서 할아버지(이순재)가 손자 덕구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덕구 할배는 어린 덕구와 덕희(박지윤)를 홀로 키운다. 고깃집 불판닦이 등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을 입히고 먹인다. 덕구 할배의 아들은 사고로 세상을 떴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며느리는 집을 나갔다. 정확히는 아들의 보험금을 가로챈 며느리를 할배가 집에서 쫓아냈다. ‘죽은 남편의 목숨 값을 갖고 도망친 외국인 며느리’라는 소문은 덕구의 귀에도 흘러든다. 덕구는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장손으로서의 책임감으로 혼란스럽다. 한편 덕구 할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을 뜨기 전 손주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덕구>가 그리는 시골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판타지적 공간이 아니다. 겨울의 논두렁은 빛바래고 버석거린다.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령화, 빈곤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덕구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덕구 할배는 자신이 세상을 뜨면 덩그러니 남겨질 손주들 걱정에 시름이 깊다. 입양이 더이상 극단적 선택이 아닌 상황. <덕구>의 풍경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아릿하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이별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영화는 ‘현실’을 담아내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한국 남편과 결혼한 동남아 여성의 삶은 경상북도 시골 마을에서 안산으로까지 뻗어가고, 다문화가정과 입양에 대한 이야기 역시 편견 없이 그려진다. 영화의 착한 시선과 별개로 보편적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과정은 익숙한 화법과 정직한 숏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한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건 연기다. 할아버지의 내리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순재,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리는 두 아역배우의 연기가 큰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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