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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 방수인 감독 - 따스한 시선이 묻어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2018-04-05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영상은 마음의 눈이다! 사물을 따뜻한 눈으로 보는 명감독이 되도록!” <덕구>가 크랭크업하던 날, 방수인 감독은 시나리오 첫장에 배우 이순재에게 ‘후배감독을 향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리고 이순재 배우는 위와 같이 썼다. <덕구>는 살날이 많지 않은 할아버지(이순재)와 손자 덕구(정지훈)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슴 뭉클한 영화다. <달마야, 서울가자>(2004), <왕의 남자>(2005) 연출부를 거쳐 첫 영화 <덕구>를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시간과 함께 깊어졌다.

-첫 영화 <덕구>를 준비하는 데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초고를 쓰고 촬영을 마치기까지 8년 걸렸다. <왕의 남자>에 연출부로 참여하고 난 뒤 <덕구>의 초고를 썼는데, 이야기는 좋으나 상업영화로 들어가긴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작품으로 입봉하기는 힘들겠구나’ 싶으면서도 계속 각색을 했다. 시작이 된 소재는 다문화가정이었다. 대학생 때 동갑내기 동남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중국집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오빠 공부를 시켰고 꿈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거라고 했다. 이후 다른 이주민 친구들도 알게 됐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쓴 이야기다.

=<러브 인 아시아>에서 필리핀 여성의 이야기를 접하고 직접 찾아간 적이 있다. 남편 없이 딸 둘을 키우는 분이었고, 그 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그 집 첫째딸의 7살짜리 남자친구가 어느 날 그림자 얘기를 했다. 그림자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공평하다고. 그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덕구와 친구가 운동장 정글짐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길게 그림자를 비추는데, 그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담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이별 이야기다. 예고편만 보고도 울었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 영화가 결코 작정하고 ‘우세요’ 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덕구 할배가 며느리를 찾으러 인도네시아에 가는 장면, 덕구가 어머니를 찾으러 안산 가는 장면 등 눈물의 포인트가 되는 장면은 인물들이 능동적으로 책임지려는 행동을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다.

-아역배우의 경우 연기를 끌어내는 데 감독의 역할이 크다. 두 아역배우 정지훈(덕구 역), 박지윤(덕희 역)과의 작업은 어땠나.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즐겁게 영화를 마무리하길 바랐다. 할아버지와 헤어질 때 느끼는 슬픈 감정 같은 것들이 촬영 이후 남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에선 ‘못해도 괜찮아’ 하면서 계속 소통하려 했다. 다만 스탭들한테 아이들을 칭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을 칭찬하는 건 내 몫이라고. 아역 친구들이 나의 말에 집중하길 바랐다. 촬영 당시 5살이었던 지윤이는 <덕구>가 첫 작품인데 내가 감독이란 걸 이제는 아는지 모르겠다. (웃음) 현장에서 나보고 ‘공주님’이라고도 불렀다. 자기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할 테니 나는 신데렐라를 하라고. 자기의 왕자는 (정)지훈이고 내 왕자는 이순재 선생님이라고. 이순재 선생님한테 유일하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5살 지윤이었다. (웃음)

-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동주>(2105)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준익 감독님이 5억~6억원으로 <동주>라는 주옥같은 영화를 만들었고 유의미한 결과를 낸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영화가 할아버지에서 손자로 이어지는 내리사랑을 담고 있듯, 나 역시 영화 진행 과정에서 이준익 감독님과 이순재 선생님에게 내리사랑을 받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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