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관람 전 브루노 뒤몽 감독에 대해 알고 가기
2018-04-05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포스터

4월 5일, 브루노 뒤몽의 신작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이하 <슬랙 베이>)이 개봉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할 이름의 브루노 뒤몽 감독은 사실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을 두번씩이나 수상했으며, 프랑스의 정통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애정을 아끼지 않는 감독 중 하나다. 철학교수 출신인 뒤몽은 장르의 한계를 넘나들며 낯선 화법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불친절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현실의 뒷면을 날카롭게 묘사하는 작품들이다.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슬랙 베이>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슬랙 베이’에 벌어지는 실종사건의 추적을 담은 미스터리 코미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아 생애 첫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브루노 뒤몽의 최근 작품 <까미유 끌로델>, <릴 퀸퀸>,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3편을 살짝 엿본 다음, 이 영화를 관람해도 좋을 것 같아 준비했다.

<까미유 끌로델>

<까미유 끌로델>(2013) 까미유 끌로델의 삶을 약술하며 영화가 시작하고 있듯이 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그녀의 삶을 조금은 알고 갈 필요가 있다. 프랑스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1864~1943)은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다. 둘의 관계는 분명 서로에게 영감이 됐지만 까미유 끌로델에게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었다. 로댕의 명성이 예술가로서의 독창성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로댕의 영혼의 반려자인 동시에 비운의 뮤즈였던 까미유 끌로델은, 그와 15년을 함께하고 헤어졌다. 그 후 파리 작업실에서 10년간 은둔하던 그녀를 가족들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왼쪽부터) 실제 까미유 끌로델의 모습 / 영화 <까미유 끌로델>

영화 <까미유 끌로델>은 정신병원에서 갇혀 생활한 그녀 삶의 한 단락을 천천히 풀어나간다. 줄리엣 비노쉬가 까미유 끌로델 역할을 맡아, 서서히 팽창하는 깊은 내면 연기를 펼쳤다. <까미유 끌로델>은 한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지만 특별히 어떤 스토리를 보여주려는 욕심이 없다. 슬픔과 피해 의식으로부터 잠식당한 끌로델의 고통에 집중할 뿐이다. 중반부에 이르도록 어떤 맥락을 읽어내야 할지 파악하기가 애매할 수 있지만 후반부로 향하면서 주인공 끌로델로부터 멀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의 시선으로 갑갑한 정신병원을 둘러보던 관객은 어느새 그녀의 감정에 이입할 수 없어진다는 것. 불행했던 한 천재 예술가의 단면을 줄리엣 비노쉬의 빛나는 연기로 가득 채웠다.

<릴 퀸퀸>

<릴 퀸퀸>(2014) <릴 퀸퀸>은 2014년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그 해 9월 4부작 TV 미니시리즈로 프랑스에 방영됐다. 이 작품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14년 베스트 10’ 목록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3시간 26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 <릴 퀸퀸>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다. 영화는 형사 웨이덴(버나드 프루보스트)과 카르팡디에(필리페 조레)가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과 꼬마 퀸퀸(알란 델레)의 소동극을 껍데기로 하고 있지만, 정작 살인사건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극도로 프랑스적인 잔혹극”이라는 평에 수긍이 갈 만큼,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 방식이 굉장히 무디다.

<릴 퀸퀸>

따라서 잔혹한 살인사건의 연속에도,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 범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강 추측은 가능한 정도이나 <릴 퀸퀸>은 특정인을 범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되려 살인사건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난감한 행동을 통해 시골 마을이라는 보수적 사회가 가진 집단성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듯하다. 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상반된 가치가 끊임없이 중첩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불편한 긴장을 이어나간다. 이 모든 엇나감을 통해 브루노 뒤몽은 ‘악’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을 특정한 어딘가로 가리키지 않고 이 세계의 고질적 문제를 꼬집는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2017) 이 영화 역시 <카이에 뒤 시네마>의 선택을 받았다. ‘2017년 베스트 10’에서 2위에 선정된 것. 브루노 뒤몽의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는 샤를 페기의 희곡을 바탕으로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백년전쟁에 출전하기 몇 해 전, 자네트(리즈 르플랏 프뤼돔)가 출정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록’과 ‘랩’이라는 파격적 설정으로 재구성한 뮤지컬 영화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소녀 자네트는 영국군이 프랑스에서 저지르는 만행에 분노해 순수한 양치기 소녀에서 잔 다르크로 변모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신의 계시를 받는 장면이 신비롭게 표현된다. 그녀의 비장한 노랫말은 훗날 영웅이 될 잔 다르크가 조국을 위해 용기를 내고 결심에 이르는 고뇌를 설명한다. 다만 영화가 선택한 이질적인 결합이 가끔은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를 바란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씨네21> 김혜리 기자는 로테르담영화제 기행 특집기사에서 이 영화를 두고 “머릿속에서 언제나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음악이 출렁였던 소녀의 고양된 정신을 그리기 위해 어쩌면 브루노 뒤몽은 가장 사실적인 형식을 고안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