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2018-04-11
글 : 임수연

동물원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탈출했다. 경유(이진욱)는 얹혀살던 여자친구 현지(류현경)에게 “호랑이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친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아 대리운전 일을 시작한 경유는 옛 여자친구 유정(고현정)을 손님으로 만나게 된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경유와 달리 유정은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 후 작가로 등단했다. 하지만 경유처럼 혼자인 그는 어쩐지 매일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산다. 빨리 단편집을 내서 소설가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거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도 유정은 그저 끙끙댈 뿐이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손님 대하기는 항상 어렵고 어색하다. 제목이 암시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손님’은 인간은 물론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포괄한다. 동물원을 뛰쳐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은 곧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심연에 자리한 오랜 응어리를 의미한다. 인물들은 서로 연인이거나 연인이었거나 친구 사이인데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각자가 마주한 고민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는다. 경유는 함께 살던 현지가 계약직 정리 때문에 한달 전에 직장에서 잘렸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고, 등단 작가임에도 글을 한줄도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유정은 그 원인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술의 힘을 빌린다. 경유는 몸이 반응하지 않아 섹스도 불가능한 상태다. 대리운전 손님으로 만난 어떤 인물과의 사건으로 경유가 인간 각자의 심연에 자리한 아픔을 발견하는 대목은 타인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호랑이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로 이어진다. 장편 데뷔작 <로맨스 조>(2011)의 영화감독, 두번째 영화 <꿈보다 해몽>(2014)의 연극배우에 이어 소설가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내세워 창작자의 고민을 담아낸 이광국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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