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수성못> "임마 좀 치열하게 살아라 치열하게!!!"
2018-04-18
글 : 김현수

희정(이세영)은 수성못 오리배 대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 준비에 사활을 걸었다. 돈도 없고 갑갑한 집구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거라 굳게 믿고 있는 그녀는 극성맞은 엄마(최영주)도 비관적인 동생 희준(남태부)도 나 몰라라 오직 공부에만 전념한다. 그러던 와중에 희정의 편입 계획을 가로막는 사건이 터진다. 그녀가 근무하던 시간에 웬 남자가 오리배를 무단으로 끌고 나가 수성못 한가운데서 자살 기도를 한 것. 구명조끼를 나눠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밤중에 몰래 구명조끼를 빠트리려던 희정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한 동반자살모임카페회장 영목(김현준)은 그녀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영목의 제안에 따라 희정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되는 일 하나 없이 살다가 죽음만이라도 자기 의지대로 조종해보자는 심정으로 동반자살을 모의하다 실패한 이들이다. 결국 살면서 가장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죽기 위해서였다는 실패한 인생들의 비극적인 해프닝은 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정서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는 희정과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만나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영화는, 누구라도 그들의 실수와 오해를 함부로 비웃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수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버린 가짜 오리들의 아우성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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