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촉’이 오는 노래들이 가끔 있다. “앞으로 내가 아주 오랫동안 이 곡과 연애하겠구나” 싶은 느낌 말이다. 첫 만남은 영화를 통해서였다. 저 유명한 <트와일라잇> 애정 신에서 이 곡이 흘러나오자마자 나는 직감했다. 내가 사랑에 빠졌음을. 그런데 뮤지션의 이름과 제목이 좀 특이했다. 아이언 앤드 와인의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 혹시 2인조 밴드인가 싶어 자료를 봤더니 1인 싱어송라이터였다.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는 그가 2007년에 발표한 곡으로 앞서 언급했듯 영화 <트와일라잇>에 삽입되면서 유명세를 탔다(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직접 선곡했다).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의 노랫말은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함축적인 단어들이 파편화되어 있기에 시를 읽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곡이 노래하는 건 ‘순수의 상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아이언 앤드 와인의 디스코그래피에는 서정적이고, 감히 아름답다 표현할 수 있는 노래들이 한 무더기다. 그중에서도 <The Desert Babbler> <Fever Dream> <Such Great Heights> 등을 꼭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당신이 만약 엘리엇 스미스를 아직도 그리워한다면, 취향 저격당할 거라고 확언할 수 있다. 5월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는 로린 힐, 제시 제이, 브랜퍼드 마살리스, 크리스 보티, 아르투로 산도발 등 엄청난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 마음속 관람 1순위는 무조건 아이언 앤드 와인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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