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한국배우 유태오가 출연한 영화 <레토> 첫상영
2018-05-10
글·사진 : 이화정

경쟁부문에 초청된 러시아 영화 <레토>가 칸에서 9일 저녁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 공개됐다. 영화를 연출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공금횡령을 이유로 촬영장에서 연행된 후 수개월 간 구금되어 결국 칸을 찾지 못했다. 키릴 감독과 함께,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지만 구금된 이란감독 자파르 파나히 역시 칸에 오지 못했으며, 이렇게 자국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는 감독들은 올해 영화제가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영화가 최초 공개된 레드카펫과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한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한국배우 유태오를 비롯해 출연진들이 부재한 감독을 대신해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뱃지와 이름이 새겨진 팻말을 들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 감독의 부재를 알렸다. 칸영화제 측 역시 참여하지 못한 키릴 감독의 자리를 공석으로 한자리 마련해두었다. 상영 후 불이 켜지고 박수가 나오자 출연배우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감독의 구금 상황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배우 유태오에게 지금의 기분을 묻자 “처음 레드카펫을 걷는다는 흥분과 떨림도 가득한데 그 사이로 또 감독님이 오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겹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레토>는 러시아의 저항가수 빅토르 최의 데뷔 초창기 활동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서구의 록음악이 금기시되었던 198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 음악을 통해 자유와 젊음의 열정을 갈구했던 러시아 청년들의 고민과 빅토르 최와 그의 음악적 멘토 마이크, 그리고 부인 나타샤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린 이야기. 한국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 무거운 시대의 공기는 배경으로 삼되, 영화는 오히려 음악에 몰두해 러시아 록을 탄생시킨 청년들의 치열한 에너지에 집중한다. 빅토르 최의 비극적 최후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음악활동 초기의 모습이 그려진다. 흑백영화의 중간중간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재기발랄한 칼라영상이 불쑥 삽입되며, 영화에서 벗어나 영화를 가이드 해주는 청년이 불쑥 등장해 상황을 해설해주는 등 장난스럽고 밝은 장치를 더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감독 키릴이 당시 사회적 배경 안에서 순수하게 예술을 갈구했던 청년들에게 자유와 숨쉴 공기를 허락해 주는 듯한 의도적 표현의 장치다. 영화의 마지막 “우리가 모두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가 젊은 뮤지션들을 향한 존경과 애정을 한층 더해준다.

<레토>는 칸영화제가 끝나고 난 6월 초 러시아에서 곧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수입되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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