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 없지만 좋아하는 그의 말이 있다. “영화는 상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에게는 그 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불안한 선택 사이를 걸어온 이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손 들어주는 것만큼 필요한 게 또 있을까.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보며, 특히 여성 수상자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자리를 얻고, 인기를 얻고, 수없이 도사린 ‘논란’을 피해, 상이라는 권위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같은 분야의 남성에 비해 몇배나 힘든 일이다. 무대 위의 예지원(TV부문 여자조연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김선아의 기쁜 얼굴, 언제나 프로페셔널한 김남주(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배우로서 너무 가진 게 없는 제가 ‘고혜란’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하던 순간이 각별했던 이유다. “놀이터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잖아요. 가능한 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싶고, 판을 벌이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송은이(TV부문 여자예능상)의 단단한 다짐에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여자 코미디언 둘이 진행하는 그림”의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열심히 응원하고 시청”하겠다. MC석의 송은이와 김숙에게 환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