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피터 래빗> 악동토끼 ‘피터 래빗’ VS 깔끔쟁이 ‘토마스’
2018-05-23
글 : 김소미

베아트릭스 포터의 은은한 수채화 일러스트가 최첨단 그래픽을 내세운 실사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피터 래빗>은 혹여 기술이 고전 동화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관객의 불안을 첫 장면에서 단숨에 날려버린다. 파란 셔츠를 입은 토끼의 씩씩한 뜀박질이 이렇게 신나고 리드미컬할 줄이야. 두귀를 나부끼며 바람 속을 가로지르는 피터(제임스 코든)의 털 한올 한올이 결대로 일렁이는 모습이 시원한 풍경을 연다. 영화는 작가가 생전 출판한 23편의 ‘<피터 래빗>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를 가져왔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토끼 피터는 돌아가신 아빠의 당부를 어기고 심성이 고약한 맥그리거 할아버지(샘 닐)의 채소밭을 드나든다. 이윽고 증손자 토마스(도널 글리슨)가 저택을 지키게 되면서, 이웃집의 마음씨 따뜻한 화가 비(로즈 번)와 채소밭을 사이에 둔 둘의 힘겨루기 슬랩스틱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1902년에 출간돼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은 대표적인 아동문학답게 영화 역시 울타리를 열고 공존하자는 따스한 메시지에 충실하고, 원작에서 활약한 다채로운 동물들이 시종 개성 강하고 위트 있게 묘사되는 지점 또한 분분한 웃음을 낳는다. 요즘 관객의 유머 코드와 장르적인 변주를 곁들여 아동은 물론 <패딩턴2>(2017)에 이은 영국발 애니메이션의 행복함을 즐기고 싶은 성인 관객에게도 충만하게 다가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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