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이자 약점은 이 작품이 <쥬라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이 예상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1993),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1997)와의 비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콜린 트러보로 감독의 <쥬라기 월드>(2015)는 1990년대 시리즈의 공룡 테마파크의 규모를 키우고 유전자 조작과 생체 무기라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면서 꽤 만족스러운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테마파크 참사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화려한 놀이공원과 같은 비주얼을 버리고 시작한다. 인간들에게 버려진 이슬라 누블라 섬에 갇힌 공룡들은 화산 폭발로 멸종의 위기에 처한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구해낼 것인가 여부를 두고 과학·윤리적 질문을 날카롭게 제기하고, 어두운 호러 장르적 색을 가미했다. 제작진 및 배우들의 인터뷰와 예고편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중심으로, <쥬라기> 시리즈 고유의 DNA가 어떻게 재조합될지 살펴보았다.
클레어와 오웬, 그리고 이안 말콤의 복귀
<쥬라기 월드>의 4년 후 상황을 배경으로 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오웬(크리스 프랫)이 더이상 연인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시작된다. 또한 두 사람은 공룡들이 갇혀 있는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폭발을 앞두고 이들을 구해야 할 것인가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다. 공룡보호모임을 설립한 사회운동가가 된 클레어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클레어는 공룡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오웬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오웬은 처음에는 그의 제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결국 두 사람이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돌아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생명 윤리에 관한 가치관의 대립을 전편보다 선명하게 그릴 예정이다. 한편 제작진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연계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고 밝혔고, 이중에는 <쥬라기 공원>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에 출연했던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럼)의 재출연도 포함된다. 그는 클레어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일 예정이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다. 두 번째 영화는 첫 번째 영화에서 일어났던 일로 인한 결과를 다룸과 동시에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상황을 보다 복잡하고 위험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그를 다시 불러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상황이 점점 꼬여가고 복잡해져 갈 때 이안 말콤이 내는 이성적인 목소리가 흥미로웠다”고 부연했다. 프랭스 마셜 프로듀서는 영화 전문 매체 <슬래시필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마치 상원의원 같다. 그런 종류의 청문회에 가서 과학과 세계, 그리고 과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말한다. 혹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옳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을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시리즈에 돌아온 제프 골드블럼은 “말콤은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예측 불가능하고 새로운 형태의 혼란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를 직접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외에 크리스 프랫이 영화의 비밀병기라고 소개한 IT 담당자 프랭클린(저스티스 스미스)과 수의사 지아(다니엘라 피네다)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음악과 애니메트로닉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촬영 방식에서도 감성적이면서 고전적인 현장이었다. “영화를 구상할 때 항상 영화음악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촬영장 분위기 역시 음악을 통해 조율해냈다. 존 윌리엄스가 만든 <쥬라기 공원>의 테마음악을 비롯해 배우들의 감정에 걸맞은 음악이 항상 현장에서 흘러나왔다고 전해진다. 클레어 역의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감독님이 무언가를 설명할 때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함이 남을 때가 있는데, 감독님이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면 그 장면의 분위기와 템포 그리고 얼마만큼 강렬한 장면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스탭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감독은 “음악으로 감정을 조성했을 때 스탭들이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더욱 집중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다 사실적인 그림을 얻어내기 위해 실제 공룡 모형과 촬영 배경을 전편보다 많이 사용했다. 특히 11명의 스탭들이 직접 공룡 모형을 만드는, 즉 애니메트로닉스(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로, 실물과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것. <쥬라기 공원>은 애니메트로닉스로 공룡을 사실감 있게 구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를 적극 활용했다. 특수효과감독 닐 스캔란은 “<쥬라기 공원> 이후 디지털 효과는 점점 더 발전한 반면 실사 효과는 퇴보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니메트로닉스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이며, 가끔은 가장 간단한 방식의 기술로도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트로닉스를 설치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막대기나 끈을 지우는 데에는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전보다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3D 프린트 기술의 발달로 공룡 모형을 만들 때 큰 도움을 받았고, 애니메트로닉스를 실제로 만들기 전에 내부 메커니즘과 뼈대를 미리 만들어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기 때문에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고 한다.
공룡 구조 작전과 과학 윤리
배경은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던 이곳에 투자자들은 더이상 관심이 없다. 완전히 버려진 섬에 갇힌 공룡들은 곧 폭발할 화산 때문에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들이 공룡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이 영화는 생물의 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재생이란 공룡으로부터 인간을 구하기 위한 재생이 아니라 공룡을 구하기 위한, 말하자면 공룡 구조 작전이란 의미에서의 재생이다”라고 말했다. 클레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다른 동물들이 받는 보호를 공룡들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쥬라기 공원> 이래 줄곧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넘어서는 안 될 선에 대해 다뤄왔던 이 시리즈가 현실에서도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생명체이기 때문에 공룡을 살려야 한다고 하기에는 공룡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생명의 무게에 경중을 따질 수 있는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다. 또한 전편 <쥬라기 월드>를 연출하고 이번 작품에서 각본에 참여한 콜린 트러보로에 따르면 첫 예고편에 등장한 내용은 초반 1시간까지에 불과하다. 중반 이후 이야기가 크게 반전되기 때문에 “영화는 앞부분과 다른 무언가가 된다”는 감독의 설명을 떠올릴 때, 영화가 담아낼 담론은 예고편이 보여준 것 이상일 것이다.
인도 랩터와 반가운 공룡들
<쥬라기 월드>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인도미누스 렉스의 축소판을 만들면 살아 있는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끔찍한 계획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실현됐다. 엔터테인먼트 매체 <엠파이어>에서 공개된 독점 스틸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침실에 침입한 ‘인도 랩터’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 인도 랩터는 힘과 지능은 뛰어나지만 극도로 불안한 정신 상태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각특수효과(VFX) 감독 데이비드 비커리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랩터는 평생 갇혀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리가 썼던 주요 레퍼런스 중 하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를 탄 군인의 흑백 사진 그리고 그들의 유령 같은 눈이었다”고 말했다.
그외에도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종류의 공룡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는 반가운 얼굴들도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우선 <쥬라기 공원>에서 주인공들의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거의 비슷한 그림으로 이번 영화에 등장하고, 같은 작품에서 목도리도마뱀처럼 볏을 펼치며 독을 쏘았던 딜로포사우루스의 출연 소식도 일찌감치 알려졌다.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첫 장면에서 어린 소녀를 공격했던 콤프소그나투스, <쥬라기 월드>에서 인도미누스 렉스를 물속에서 집어삼켰던 모사사우루스 역시 예고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쥬라기 월드>에서 오웬이 길들였던 랩터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블루’는 인도 랩터와 싸우는 모습이 예고편에서 등장했다. 시리즈에서 항상 중요한 대목에 등장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편 이번 영화에서 보다 주목할 요소는 바로 공룡의 색감이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쥬라기> 시리즈에 관한 모든 것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공룡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은 주로 공룡의 피부 질감과 색채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ILM(Industrial Light&Magic) 스탭들과 함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 등장하는 공룡들에게 좀더 색채감을 덧입히는 게 어떠하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전편보다 색채와 질감이 좀더 구체화된 비주얼은 이미 알던 공룡도 새롭게 보이게 할 것이다.
다시,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쥬라기 월드: 폴든 킹덤>에서 가장 신경쓴 것은 바로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공포와 서스펜스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클레어 역의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이번 영화에 충격, 그리고 미스터리를 불어넣었다. 액션 어드벤처로 시작해 훨씬 더 큰 긴장과 공포, 그리고 감동까지 선사하는 분위기로 바뀐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역시 “각본을 맡은 콜린 트러보로와 함께 이번 영화에서 공포 요소를 되찾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쥬라기 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바로 앞에 있었을 때, 주방에서 랩터들을 맞닥뜨렸을 때와 같은 스릴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2007), <더 임파서블>(2012), <몬스터 콜>(2016) 등에서 공포와 드라마 요소를 매끄럽게 조화시켰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장기가 잘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