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독전> 진서연 - 압도적인 존재감
2018-06-07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한국영화에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독전>의 마약중독자 보령은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며 아시아 최대 마약조직을 이끄는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거의 대등한 파트너 관계를 보여준다. 한류 스타 이민호의 열성 팬으로, 그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왜 말해주지 않았냐고 크게 화를 내는 예상치 못한 대사도 던진다. 보령을 연기한 배우 진서연은 왜 미처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여준다. 2007년 연극 <클로저>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에 종종 얼굴을 비춘 그는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 전과 종영 후 무대인사 관객 반응이 너무 달라 깜짝 놀란다”는 그를 만났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료 배우의 권유로 <독전>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시나리오를 보고 “야, 이걸 보고 왜 내 생각이 난 거야?”라고 했다. (웃음) 평소에 남을 의식하며 행동하거나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잘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원래 시나리오에는 옷을 벗으며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춤을 춘다고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령은 굉장히 무서운 캐릭터라 평범한 춤은 출 것 같지 않더라. 왠지 그는 마약을 하고 나면 스트레칭을 할 것 같아서 요가 동작 중 ‘나무자세’라든지 약간 어려운 동작들을 보여줬다. 내가 웃지도 않고 이런 걸 진지하게 하니까 다들 충격받은 것 같더라.

-요가 자격증이 있을 만큼 요가를 좋아한다고.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되나.

=첫 요가 수업을 받고 펑펑 울었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내가 평생 해야 하는 운동이자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대단한 선배님들이 있는 곳에서 마음을 강하게 다잡고 연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극중 캐릭터와 달리 기센 사람이 많으면 몸까지 아프고 그렇다. 요가를 하면서 내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게 됐다.

-그동안 이런 캐릭터는 남자 악역의 애인이라는 인상만 줬는데 보령은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갖는다.

=원래 시나리오도 하림과 보령이 동등한 파트너처럼 보이게 묘사되어 있었고, 배우로서도 캐릭터에 디테일과 입체감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어떤 마약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연기하기 위해 외국 유튜브나 페이퍼를 많이 참고했다. 극중 마약 제조업자들만큼 부자인 사람들은 최고의 마약을 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관리도 잘한다더라. 마른 근육질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운동을 4시간씩 했더니 촬영 당시에는 체지방률이 11~12% 정도까지 내려갔다.

-<독전>의 보령은 대부분의 관객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정작 촬영하는 중에는 개봉하고 나면 비호감으로 찍힐 거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웃음) 한국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나 싶다. 예전에는 여배우가 청순하고 예쁘고 귀여워야 인기를 얻지 않았나. 지금 내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거나 DM을 주는 분들의 95%가 여자다. 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하시는 것 같다. ‘좋아요’나 ‘댓글 수’에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닌데 영화 스틸컷에 달린 격한 반응들은 하나하나 다 읽으며 일일이 ‘하트’를 누르고 있다. (웃음)

-<독전> 이후 확실히 관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안톤 체호프의 <청혼>을 각색한 연극에서 굉장히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또! 오해영>을 예로 들면, 나에게는 극중 전혜빈씨가 연기할 것 같은 시크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지만 원래 성격은 서현진씨가 연기한 캐릭터에 더 가깝다. 이런 코미디가 내가 가진 진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영화 2018 <독전> 2012 <반창꼬> 2008 <로맨틱 아일랜드> 2007 <이브의 유혹: 좋은 아내> TV 2015 <이브의 사랑> 2015 <빛나거나 미치거나> 2014 <소원을 말해봐> 2013 <열애> 2013 <황금의 제국> 2011 <매니> 2010 <볼수록 애교만점> 2008 <전설의 고향> 2007 <뉴하트> 2007 <메디컬 기방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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