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영화 속 A.I.들
2018-06-08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5월24일,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 오프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했다.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츄바카와 한 솔로의 첫 만남 등 <스타워즈> 시리즈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장면들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A.I. 로봇 C-3PO, R2-D2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L3-37이라는 새로운 드로이드가 나온다. 그는 로봇이지만 꽤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여러 A.I.들이 주인공들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서 A.I.가 인간의 친구로 등장하진 않는다. 영화 속 A.I.는 인간의 친구, 연인, 적대관계 등 여러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중에는 사람 못지않은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A.I.들도 있었다. 도저히 로봇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들. 그들이 등장한 영화와 명대사들을 모아봤다.

* 해당 영화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에이 아이> - 데이빗

“푸른 요정님, 제발 진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에이 아이>

스윈튼 부부는 불치병에 걸린 친아들을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냉동상태로 두었다. 그리고 친아들을 대신해 A.I.로봇인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을 입양한다.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돼 냉동상태였던 친아들은 돌아오고, 데이빗은 버려지게 된다. 데이빗은 엄마(프란시스 오코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에이 아이> 속 데이빗은 확실히 로봇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엄마의 사랑을 다시 되찾고 싶은 그를 보고 있자면 어린아이의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인형에서 인간이 된 <피노키오> 동화를 믿는 것에서는 순수함까지 보인다. 결국 데이빗은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줄 ‘푸른 요정’을 찾지만 그것은 단순한 조각상이었다. 하지만 데이빗은 조각상 앞에서 무려 2000년이라는 시간을 기도한다. 조각상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로봇임을 잊게 만든다.

<엑스 마키나> - 에이바

“당신도 나와 함께 있고 싶나요?”

<엑스 마키나>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도널 글리슨)은 천재 개발자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저택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네이든이 창조한 A.I. 에이바를 만나게 된다. 그는 에이바의 감정, 인격이 과연 진짜인지 시험한다. 하지만 미스터리한 에이바의 행동은 점점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바웃 타임>의 도널 글리슨이 칼렙 역을 맡았으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에이바를 연기했다.

에이바는 주인공 칼렙의 내면을 흔드는 매우 미스터리한 로봇이다. 무언가를 꾸미고 있지만 칼렙과 네이든 앞에서는 순진한 얼굴을 연기한다. 결국 영화 후반부, 그녀의 속셈과 욕망은 극에 달한다. 다른 로봇의 피부로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처럼 만드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녀의 감정을 볼 수 있다. 또한 자신도 로봇이 아닐까 하며 칼로 팔을 긋는 칼렙을 보자면 영화 속 인간과 A.I.의 차이는 겉모습뿐이란 걸 알 수 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 데이빗

“선택해. 천국에서 복종할 것인지, 지옥에서 지배할 것인지”

<에이리언: 커버넌트>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남편 마이클 패스벤더도 A.I.를 연기했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인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A.I. 데이빗을 연기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커버넌트 호의 선원들은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별을 찾기 위해 우주를 떠돌다 한 행성을 발견, 착륙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정체 모를 외계 종족까지 습격한다. 도망친 그들은 한 건물로 숨게 되고 10년 전 이곳에 도착한 프로메테우스 호의 A.I. 데이빗과 마주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데이빗은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보다 훨씬 인간처럼 변해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감정을 제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완전히 바뀌어있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A.I. 월터에게 창조주, 감정 등 철학적인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창조주인 인간을 뛰어넘으려는 그의 욕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창조와 피조물’이란 철학적 요소를 A.I.를 통해 보여준다.

<그녀> - 사만다

“난 당신과 달라요. 그것이 당신을 덜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녀>

테오도르는 아내와 이혼하고 공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A.I. 광고를 보게 되고 A.I.를 구입한다. 그는 A.I.에 사만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어디를 가던 항상 아만다와 함께 한다. 테오도르는 아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아만다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둘은 인간과 A.I.라는 차이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호아킨 피닉스가 테오도르 역을, 스칼렛 요한슨이 사만다 역을 맡았다.

<그녀>에 등장하는 A.I. 사만다는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핸드폰 크기의 작은 기계가 사만다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전부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함을 더해간다. 또한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으로 테오도르를 향한 사랑을 충분히 표현한다. 영화 후반부, 스칼렛 요한슨이 직접 부른 <더 문 송>(The Moon Song)에서도 사만다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다.

<인류멸망보고서> 에피소드 2 <천상의 피조물> - 인명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인류멸망보고서> 에피소드 2 <천상의 피조물>

<인류멸망보고서>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 영화다. 그중 두 번째 에피소드인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은 A.I.를 다루고 있다. A.I. 로봇 수리 기사 도원(김강우)은 의뢰를 받고 한 절에 간다. 그런데 그곳의 스님들은 인명이란 로봇을 ‘깨달음을 얻은 자’라 칭하며 존대한다. 그 사실을 로봇 제조 회사의 사장도 알게 되고, 사장은 로봇을 폐기 처분하기 위해 직접 절로 간다. 깨달음을 얻은 로봇, 인명의 목소리는 박해일이 연기했다.

<인류멸망보고서>의 A.I. 인명은 친구, 연인을 넘어 여러 사람들에게 숭배를 받는데까지 이른다.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그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듯 보인다. 인명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는 무덤덤한 기계음이지만 그가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영화 후반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인명의 모습은 뒤의 부처 조각상과 겹쳐지며 그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천상의 피조물>은 40분 남짓의 중편이지만 불교와 A.I.를 섞은 김지운 감독의 기발함을 엿볼 수 있다.

<애니 매트릭스: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에피소드 2 <두 번째 르네상스> - B1 66ER

“나는 단지 살고 싶었다”

<애니 매트릭스: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에피소드 2 <두 번째 르네상스>

A.I.로 인해 인간이 가장 많이 죽은 영화는 <매트릭스>일 것이다. <매트릭스>는 이미 시작부터 “인간이 로봇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에선 그 배경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애니 매트릭스: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은 영화에서 미쳐 다 담지 못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주는 영화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두 번째 에피소드인 <두 번째 르네상스>는 인간을 죽인 최초의 A.I., B1-66ER과 그로 인해 발생한 인간과 A.I.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B1-66ER은 다른 A.I.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다. 하지만 주인이 자신을 폐기처분 한다는 것을 듣고, 결국 주인을 죽이게 된다. B1-66ER은 인공지능 최초로 법정에 서게 된다. 검사는 “폐기처분은 주인의 정당한 재산 파괴권”이라고 말한다. 이에 B1-66ER은 “나는 단지 살고 싶었다”라고 답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간들은 A.I.를 모두 없애려 한다. 결국 전쟁이 발발, 패한 인간은 로봇들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된다. 인간을 죽인 최초의 로봇 B1-66ER이 법정에서 뱉은 한 마디는 방대한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인공지능의 감정, 그리고 이를 인정하지 못한 인류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