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사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할까. 최근 몇몇 회사들이 영화 투자·배급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는 중국 투자·제작사 화이브러더스와 함께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설립했다. 유 대표는 “현재 (영화·드라마) 라인업 구성, 공동 제작, 해외 시장진출 등 사업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시각특수효과(VFX)로 인정받고 있고, 지난해 <신과 함께-죄와 벌>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덱스터도 투자·배급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덱스터의 한 관계자는 “투자·배급사업을 운영할 계획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8월 <신과 함께-인과 연>을 개봉시킨 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제작하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운영해온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도 영화 투자·배급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재향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콘텐츠 산업은 국내외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그간 배급 시장을 조사해왔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배급사의 가세가 기존의 시장 질서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거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제작자로서 새로운 배급사들의 가세는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라인업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투자의 커트라인이 낮아지고, 그것이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안착했고, 할리우드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자본이 충무로에 몰려들어 완성도가 갖춰지지 않은 영화에까지 투자가 이루어지면 관객이 한국영화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