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렇게 끝난다고? 해석이 분분한 열린 결말의 영화들
2018-06-18
글 : 김진우 (온라인뉴스2팀 기자)

* <독전> 등 해당 영화들에 대한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독전>

“그래서 대체 누가 죽은 건데?” 영화 <독전>의 결말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 5월22일 개봉, 현재 관객 수 470만 명(6월 14일 기준)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독전>은 열린 결말의 영화다. 핵심 인물인 락(류준열), 원호(조진웅) 둘 중 누가 죽었는지 모르게 영화는 끝이 난다. 또한 원호가 그토록 찾던 ‘이선생’이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이에 관객들은 “락이 죽었다”, “원호가 죽었다”, “락이 이선생”이다 등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독전> 외에도 올해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버닝>도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열린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의문의 여지를 남기는 것에 대해 “여운을 남기는 좋은 엔딩이다”는 호평이 있기도 했고, 반대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다” 등의 혹평도 존재했다. 또한 마치 속편이 등장할 듯 끝을 맺는 영화, 주요 사건은 일어났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오롯이 관객에게 맡기는 영화 등 열린 결말의 형태 역시 다양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버닝>을 포함해 열린 결말을 선택한 다양한 영화들을 모아봤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콰이어트 플레이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시각 대신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 외계 생명체를 피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리(존 크라신스키)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간다. 그들은 괴물에게 들키지 않으려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 괴물의 약점을 발견하고 한 마리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소리를 들은 괴물들이 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에블린은 비장한 표정으로 총을 장전한다.

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영화 초, 중반까지의 소개 글이 아니다. 영화는 실제로 저렇게 끝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엔딩은 “지금까지는 속편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북미에서 엄청난 히트를 치며 실제로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이에 관객들은 속편에서는 에블린 가족과 괴물들의 혈투를 다룰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주연, 감독을 맡은 존 크라신스키는 “나는 에블린 가족 외에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심이 있다”며 예상을 일축시켰다. 그의 계획대로 속편이 제작된다면 결국 에블린 가족이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았는지 아닌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겨진다.

<버닝>

<버닝>

칸이 사랑한 감독,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버닝>. <버닝>은 택배회사 직원 종수(유아인)가 초등학교 시절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의문의 남성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종수는 혜미, 벤과 종종 어울린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인물, 벤에게 이상한 괴리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혜미가 실종되고 그는 혜미의 행방을 찾아 헤맨다.

<버닝>은 포스터, 예고편부터 매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그 실체를 드러낸 <버닝>은 미스터리 그 이상이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혜미의 실종, 벤의 정체 등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는 끝난다. 또한 고양이, 우물 등 영화 사이사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소재들 역시 그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메타포 범벅의 <버닝>은 그것들에 대한 모든 답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버닝>은 사건의 원인, 결과보다 그 사이에서 벌이지는 종수의 감정, 심리에 보다 집중한다. 영화 속 의문을 자아내는 여러 요소는 단순히 종수의 내면을 흔들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버닝>은 마치 관객들에게 "굳이 그걸 설명해야 하는가"라 반문하는 듯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등으로 맛깔나는 대사를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 그의 최고 흥행작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도 대표적인 열린 결말 영화다. 1980년대 부산, 해고당한 비리 공직자 최익현(최민식)과 조직폭력배 최형배(하정우)는 돈,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일을 벌인다. 최익현과 최형배는 먼 친척이지만 같은 집안사람끼리 뭉쳐야 한다며 호형호제한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최익현은 이내 최형배를 경찰들에게 팔아넘기고 혼자 살아남는다. 몇 십 년 후, 최익현은 성공적은 삶을 살며 손주의 돌잔치에 참석한다. 그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그를 부른다. "대부님"

'대부님'은 극 중 최형배가 최익현을 부르던 호칭이다. 결국 혼자 살아남아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던 최익현을 부르는 그의 한 마디는 "살아있네" 와 함께 영화 속 명대사 중 하나로 남았다. 마지막 최형배의 대사에 대해 관객들은 "최형배가 복수를 위해 찾아온 것이다", "최익현의 환청이다"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별로 놀라지 않은 듯한 최익현의 오묘한 표정도 열린 결말의 여운을 더욱 짙게 했다.

<클로버필드>

<클로버필드>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을 맡고, 맷 리브스가 감독을 맡은 <클로버필드>. ‘떡밥의 제왕’이란 별칭답게 <클로버필드>는 예고편부터 강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괴물은 그 정확한 모습은 등장하지 않은 채 괴성만 질러댄다. 그리고 본 영화에서도 결국 괴물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괴수 영화에서 괴물의 모습이 빈번히 등장하는 반면 <클로버필드>는 막바지에 가서야 괴물의 정확한 모습을 보여준다.

<클로버필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종인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다. 파운드 푸티지는 극 중 인물이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듯한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깔끔하게 피사체를 비추는 것이 아닌, 매우 투박하고 흔들리는 화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형식 덕에 영화의 결말도 열린 결말이 됐다. 주인공 롭(마이클 스탈 데이비드)과 그의 여자친구 베스(오데뜨 유스트만)은 괴물을 피해 다리에 숨은 채 마지막 영상을 남긴다. 하지만 이내 폭발과 함께 카메라는 작동을 멈춘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그 과정을 상세히 보여줬겠지만, <클로버필드>는 결국 괴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후 2016년 <클로버필드 10번지>, 2018년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가 제작됐지만, 외계 괴물 침략에 대한 다른 인물들의 사건을 다루었다.

<인셉션>

<인셉션>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인셉션>은 타인의 꿈에 접속해 정보 전쟁을 벌이는 이들을 그린 이야기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엘리트 팀을 꾸려 유명 기업가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침입해 거짓된 정보를 심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코브는 과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현실에서도 자살해버린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꿈을 소재로 한 <인셉션>의 세계관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맬처럼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각 인물들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토템'을 가지고 있다. 코브의 토템은 작은 팽이로, 팽이가 끝없이 돌아간다면 꿈이고, 멈춘다면 현실세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코브는 결국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안아준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코브의 토템인 팽이가 멈출 듯 말 듯 위태롭게 돌아간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위태롭게 돌아가는 팽이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결국 행복을 찾은 코브의 모습조차 꿈일까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에서, 영화는 정확한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다.

<곡성>

<곡성>

<추격자>로 화려한 데뷔를 한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곡성>. <곡성>은 '현혹'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 마을 곡성에 의문이 일본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나고, 이후부터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경찰 종구(곽도원)은 일본인을 점점 의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가 점점 이상한 증세를 보이고, 다급해진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에게 도움을 구한다.

<곡성>에서 종구는 일본인, 일광, 무명(천우희) 등의 인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영화의 홍보 문구로 쓰인 "현혹되지 마라"는 얼핏 보면 종구에게 하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결국 이 말은 종구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해당됐다. 영화는 관객들 마저도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국 <곡성>은 마지막까지 정확히 누가 효진을 미치게 만들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곡성> 역시 관객들의 추리가 이어졌고 "무명이 종구를 도우려 했고, 일광과 일본인이 같은 편으로 효진을 미치게 했다"는 결론이 우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결말에 대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떠한 해석이든 관객들 스스로의 해석을 지지한다"라 말했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화려한 비주얼과 탄탄한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도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4년 스페인, 오필리아(이바나 바쿠에로)는 임신한 어머니(아리아드나 길)과 함께 군인인 양아버지(세르지 로페즈)의 저택으로 간다. 그녀의 양아버지는 매우 잔혹한 인물로 반란군을 소탕하는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오필리아는 어색한 환경 속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요정들이 오필리아를 찾아오고, 그녀를 기괴한 모습의 판(덕 존스)에게로 안내한다. 판은 그녀가 사실 기억을 잃은 지하 왕국의 공주라 말하고,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필리아는 이를 받아들이고 미션을 수행한다. 동시에 저택 인근에서 벌어지는 반란군과 군인들과의 분쟁은 더욱 심화된다.

<해리 포터>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에서는 마법사, 요정 등 허구의 존재가 영화 속 세계관에서는 당연시 여겨진다. 하지만 <판의 미로>는 이러한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영화 속 오필리아를 제외한 사람들은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오필리아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녀를 제외한 이들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오필리아는 결국 지하 세계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녀는 죽는 것으로 묘사된다. <판의 미로>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결국 행복을 찾은 오필리아의 모습은 "실제인가 혹은 단순한 그녀의 공상이었는가"에 대한 답을 오롯이 관객들에게 맡긴다. 이러한 <판의 미로>의 열린 결말은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며 판타지와 리얼리즘을 매우 완성도 있게 엮은 엔딩으로 평가받았다. 이동진 평론가는<판의 미로>에 별점 만점을 주며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