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영 안 보면 좋겠어요. 그게 다예요"
2018-06-27
글 : 김성훈

아이는 가정 폭력의 희생양이지만 정작 아이의 목소리는 부모에게나 법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주인공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의 진솔한 진술서가 부부 폭력의 피해자인 엄마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못난 아빠 앙투안(드니 메노셰)의 양육권 공판을 열면서 시작된다. 줄리앙은 자신의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 부른다. 그 사람은 엄마를 괴롭히는 걸 일삼는다고 한다. ‘아빠’도 아니라고 한다. 엄마가 그 사람과 이혼해 기쁘다고 한다. 좋은 이유는 되지 못하지만 엄마와 누나를 혼자 둘 수 없어 그 사람과 함께 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부부의 치열한 양육권 다툼을 중계하는 법정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가정 폭력의 희생자인 아이가 어떤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앙투안이 줄리앙을 키울 책임감과 능력이 없어 보이는데도 줄리앙을 고집하는 건 아내와의 이별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우는 그에게 아내와 줄리앙은 자신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앙투안이 줄리앙과 미리암 두 모자를 쫓는 영화의 후반부는 스릴러나 호러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으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과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미래의 사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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