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허스토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
2018-06-27
글 : 임수연

1991년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문정숙(김희애)은 불미스러운 일로 영업정지를 당하고 피해가 막심한 상태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신대 피해자 신고 센터를 임시 운영하게 된다. 할머니들의 피해 접수가 들어오면서 정숙은 그의 집에서 수십년간 일한 배정길(김해숙)을 비롯한 박순녀(예수정), 서귀순(문숙), 이옥주(이용녀) 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사연에 함께 분노하며 적극적으로 할머니들을 돕게 된다. 그리고 재일변호사 이상일(김준한)과 함께 일본국헌법에 명시된 ‘도의적 국가로서의 의무’를 근거로 정부의 공식 사과와 손해배상을 얻어내기 위해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기나긴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우리는 이 재판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승소의 감동이나 쾌감은 <허스토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대신 6년 동안 23번의 재판을 이어가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경험을 고백하고 역사에 새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전시하지 않아도 말하는 행위 자체가 가진 정서적 울림이 있음을 믿고 전진하는 영화의 태도가 돋보인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이 곧 여성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하면서 미투(#MeToo) 운동이 현재진행 중인 지금, 이 역사를 소환하는 이유를 증명해낸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온 민규동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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