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공주와 그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영화 스탭.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사랑을 막는 걸림돌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대 전제는 두 남녀가 사는 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유키(아야세 하루카)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켄지(사카구치 겐타로)가 혼자 찾아보던 과거 흑백영화 속 주인공이며 켄지가 사는 시대는 흑백영화가 저문 이후의 일본 스튜디오 시스템이 활발하던 1960년대다. 어느 날 거짓말같이 스크린에서 현실세계로 온 ‘흑백의’ 미유키는 ‘컬러’로 이루어진 현실세계의 켄지와 만나게 된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극장과 영화를 바탕으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한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켄지는 오래된 필름통을 찾아내 그 영화를 본다. 램프의 요정처럼 켄지의 부름에 ‘깨어난’ 미유키는 마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처럼 켄지와 만난다. 매일 밤 ‘로맨스극장’을 드나드는 켄지의 모습에서는 <시네마 천국>의 소년 토토가 보인다.
60년대 일본 스튜디오 현장의 재연, 미유키가 출연하는 흑백영화 <말괄량이 공주와 명랑 쾌활 삼총사> 등 향수에 젖을 법한 장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로맨스극장’을 둘러싼 판타지가 설득력으로 이어지기에는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력이 상당히 조악하고 투박해 보인다. 드라마 <시그널>의 일본판 주연이자 일본에서 최근 가장 러브콜이 많은 배우인 사카구치 겐타로의 출연은 주목할 만하다. 영화를 동경하는 순수한 청년 켄지 역으로 출연해 풋풋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흥을 살려준다.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테르마이 로마이> 시리즈를 연출한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의 작품으로, 일본 상반기 흥행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