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식구>의 단란하고 단단한 유대가 자아내는 풍경은 거부할 여지없이 뭉클하다. 순식(신정근)과 애심(장소연)은 공장에서 간단한 포장 및 수공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발달장애인 부부. 이들의 생활은 남들이 뭐라건 견고하고 안정적이다. 성실하게 일한 뒤, 하나뿐인 딸 순영(고나희)과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으로 꾸려진 부부의 일상은 불청객 한명으로 인해 순식간에 어그러진다. 도박에 빠져 가족에게 버림받고 공사장을 전전하던 재구(윤박)는 남의 장례식에 들러 몰래 밥을 먹던 중 우연히 난생처음 술을 마셔본 순식을 발견하고 그에게 접근한다. 재구는 그날부터 순식의 동생 행세를 하면서 끼니와 거처를 도둑질하고 어느덧 부부의 장애인 수당까지 노린다.
<식구>가 복지의 사각지대와 무관심 속에서 높은 범죄율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 만연한 온갖 차별과 혐오를 영화가 그대로 답습해 일렬로 늘어놓는 것은 이제 낡고 안일한 방식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순박한 부부와 그들의 철든 딸을 보면서 마음이 뒤흔들리지 않을 수 없기에 단순하고 적나라하게 불행을 전시하는 영화가 더 아쉽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스크린 너머로도 느껴지는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서 신정근, 장소연 배우의 연기만큼은 애틋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