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을 좇으며 살았던 클레어(마리아 벨로)는 딸 루시(세니아 솔로)를 갖게 되면서 그녀가 불행을 경험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클레어의 보호 아래 루시는 성인이 될 때까지 현실과 마주하지 않은 채 할리우드영화로 대표되는 꿈과 사랑의 세계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클레어가 암에 걸리면서 루시는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고 그렇게 처음 나간 도시에서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만나게 된다. 펠리니의 영화에 감동받은 루시는 펠리니를 만나기 위해 클레어의 품을 떠나 이탈리아로 향한다.
<펠리니를 찾아서>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오마주로 이뤄진 영화다. 많은 장면을 펠리니의 영화에서 가져오며 아예 펠리니의 영화를 직접 발췌해 보여주기까지 한다. 영화는 이러한 오마주를 통해 펠리니 감독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빌려오고 이를 기반으로 판타지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루시의 여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가운데 제시되는 이미지들과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경유하며 담아내는 풍경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루시가 겪게 되는 혼란 이후에 인물의 변화가 불분명하게 제시되며 결과적으로 루시가 현실과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손쉽게 마무리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