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킬링 디어> 배리 케오간 -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
2018-07-12
글 : 송경원

빼어난 미남은커녕 딱히 인상에 남을 만한 특징도 없다. 이웃집 학생마냥 스쳐 지나가도 모를 법한 외모에 약간 모자란 듯 멍한 표정이 더해지면 나도 모르게 경계의 끈을 놓게 된다. 외견만 본다면 배리 케오간에겐 순박, 평범, 무난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백지처럼 비어 있는 이 남자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 영화 <킬링 디어>의 숨 막히는 분위기 중 팔할을 담당한다. 배리 케오간이 열연한 마틴은 설명되지 않을 미묘한 틈새에 놓인 남자로 여느 사이코패스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마틴은 소년과 어른 사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섬뜩함과 몽롱함 사이 하나의 역할로 지정되는 걸 거부한 채 유령(혹은 심판자)처럼 화면 위를 부유한다. 배리 케오간의 이러한 연기를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틴의 시선은 시종일관 산만하게 주변으로 흩어져 있다가도 불꽃이 점화되면 순식간에 어떤 열망으로 가득 메워진다.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빛은 종종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번뜩이고, 온몸의 근육을 풀어놓은 듯 무성의한 말투 역시 갑자기 신의 말씀을 전하듯 카랑카랑해진다. 그러나 순식간에 화면을 잠식해 들어가는 배리 케오간의 존재감은 말로 설명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있다. 199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2011년 TV드라마로 데뷔한 젊은 배우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아역으로 출발하여 <맘말>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배리 케오간은 2017년 <덩케르크> 중 민간 어선 선장 아들의 친구 조지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에 관한 한 중간 과정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먼 거리를 단번에 도약했다. 배리 케오간이 능수능란하게 주무를 줄 아는 평범함은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이 비범한 재능이다.

영화 2018 <아메리칸 애니멀스> 2018 <블랙 47> 2017 <라이트 데어래프터> 2017 <킬링 디어> 2017 <덩케르크> 2016 <캔디 플로스> 2016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2015 <맘말> 2015 <트레이더스> 2015 <노퍽> 2014 <71: 벨파스트의 눈물> 2013 <스테이>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