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여고괴담>부터 <속닥속닥>까지, 한국 학원 공포물 계보
2018-07-13
글 : 유은진 (온라인뉴스2팀 기자)
<속닥속닥>

<속닥속닥>은 올해 여름 극장가를 찾은 유일한 한국 공포 영화다. 그리고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은 학원 공포물이기도 하다. <여고괴담>(1998)부터 <속닥속닥>까지, 학원 공포물은 한국 공포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해왔다. 지난 20년간 관객들을 찾았던 한국 학원 공포물들을 정리해봤다.

1990년대

학원 공포물의 시작을 알린 <여고괴담> 시리즈
<여고괴담>
여고괴담, 1998

<여고괴담>은 한국 학원 공포물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일지라도 한 번쯤은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란 명대사를 읊어봤을 것. ‘둥, 둥, 둥, 둥’하는 효과음과 함께 재이(최강희)가 점프 컷으로 카메라에 다가오는 복도신은 하나의 전설이 됐다. <여고괴담>은 당시 서울 관객 약 62만 명, 전국 관객 약 250만 명(추정치)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자연스레 후속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 제작됐다. 교환일기를 소재로 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무섭기보단 슬픈 공포영화다. 공포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퀴어 영화, 성장 영화로도 분류 가능한 작품. 소녀들 사이 특유의 미묘한 분위기, 예민한 감정선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평론가들에겐 환영받았지만 관객들에겐 외면받은 작품으로 남았다.

2000년대

학원 호러와 유행 코드의 만남
<여고괴담 3-여우 계단>
<여고괴담 4-목소리>
여고괴담 3 - 여우 계단, 2003 여고괴담 4 - 목소리, 2005

역시 <여고괴담> 시리즈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3편에 들어서면서부터 <여고괴담> 시리즈는 장르적 특성을 살리고, 충무로의 ‘스타’를 발굴하는 역할에 더 집중했다. 무용반 학생들의 시기와 질투를 다룬 <여고괴담 3>에선 송지효와 박한별이, 목소리를 소재로 청각적인 공포를 활용한 <여고괴담 4>에선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이 주연으로 활약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2004

<여고괴담>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 학원 공포물. <분신사바>는 당시 유행했던 주문 ‘분신사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가위>(2000), <폰>(2002)을 연출하며 충무로의 호러 영화 강자로 떠올랐던 안병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스토리가 늘어진다는 혹평을 피하진 못했다.

<신데렐라>
신데렐라, 2006

<신데렐라>는 학원 공포물에 성형수술이란 소재를 더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현수(신세경)의 친구들은 방학을 맞이해 현수의 엄마 윤희(도지원)에게 성형수술을 받는다. 이후 이들은 환영에 시달리다 서로의 얼굴을 난도질하기에 이른다. 후반부 한방을 노린 반전에 호불호가 갈렸던 작품. 신세경과 도지원의 첫 주연작이다. 봉만대 감독의 첫 호러 영화라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
고사: 피의 중간고사, 2008

2007년은 공포 영화의 전성기였다. <궁녀>, <검은 집>, <기담>, <해부학 교실>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찾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이 <고사: 피의 중간고사>다. 주어진 시간 안에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유혈 낭자 시험 게임을 담았다. <쏘우> 시리즈의 설정이 더해진 학원 공포물. 그간 한국 공포영화에서 본 적 없던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던 이 작품은 16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2010년대

신인 배우의 등용문, 흥행 성적은 하락세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2010

<여고괴담 5>, <요가학원>, <불신지옥>, <4교시 추리영역>. 2009년 여름 시즌에 개봉한 공포 영화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한 채 판에 박힌 스토리를 재생산했기 때문. 이듬해에 개봉한 <고사 두번째 이야기: 교생 실습>도 마찬가지였다. 허술하고 진부한 스토리,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평단의 혹평을 받았고, 전편의 반 토막에 가까운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귀>
귀, 2010

<귀>는 세 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공포영화다. 자극적인 공포, 시기, 질투, 복수를 다룬 일차원적인 스토리에 그치지 않은 작품. 장르의 본질에 충실함과 동시에 입시 현실이 주는 압박감, 10대 소녀들의 통통 튀는 에너지 등을 녹여내 작품마다의 개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한예리, 이종석, 이제훈, 홍종현의 풋풋한 신인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소녀괴담>
소녀괴담, 2014

<소녀괴담>은 귀신을 보는 소년 인수가 또래의 소녀귀신과 함께 마스크 귀신에 얽힌 괴담을 풀어나가는 내용을 담았다. 학원 공포물에 로맨스를 녹여내 ‘감성 공포’를 표방했으나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한 공포 영화가 되었다는 평이 대다수. 흥행 면에선 꽤 성공한 호러 영화로 남았다. <소녀괴담>은 <곤지암> 이전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한 호러 영화다. 약 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컨저링>(2013) 이후 호러 장르의 흥행 주도권은 확연히 외화 쪽으로 기울었다. 티켓 파워를 지닌 박보영 역시 호러 장르 앞에선 흥행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0년대 기숙 학교에 전학 온 주란(박보영)이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학원 공포물의 클리셰를 모조리 피해 가는 작품. 신선한 전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관객들에겐 외면당한 비운의 작품이 됐다.

<속닥속닥>
속닥속닥, 2018

오는 7월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하는 <속닥속닥>은 수능을 끝낸 여섯 명의 고등학생이 귀신의 집을 탐험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학생들에겐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 시각적, 청각적 공포로 관객을 압박함과 동시에 입시, 인간관계 등 10대들만이 지닐 수 있는 고민을 담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전의 학원 공포물이 취해왔던 소재들의 종합세트 같은 느낌이다. 올해 상반기엔 <곤지암>(2018)이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공포 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이 기운을 <속닥속닥>(2018)이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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