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김가희 - 너무 멋있네?
2018-07-19
글 : 임수연 | 사진 : 백종헌 |
<박화영> 김가희 - 너무 멋있네?

<박화영>은 어떤 식으로든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올해의 문제작이다. 18살 여고생 박화영은 자신처럼 가족에게 버림받은 또래 친구들에게 아지트를 제공하며 ‘엄마’의 역할을 자처하지만, 아이들은 그의 호의만 이용할 뿐 진짜 친구로 대하지는 않는다. 박화영을 연기한 신인배우 김가희는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라 이게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한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영화 끝나면 국숫집이나 할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은 “<박화영>을 찍기 전과 후로 인생을 나눌 수 있다”고 할 만큼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신인을 만났다.



-같은 소재를 다룬 이환 감독의 단편영화 <집>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화영> 오디션을 5차까지 봤다고.



=원래 감독님은 나는 아예 캐스팅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셨는데, 나의 엉뚱한 면과 다듬어지지 않고 횡설수설한 모습이 캐릭터에 적합할 것 같다고 해서 오디션을 거듭 보게 됐다. 정말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셨다. (웃음) 결국 이 캐릭터에 너무 매력을 느끼게 돼서 붙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오기로 임했다. 처음에는 오디션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화영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처음에 스탭들이 진짜 박화영 같은 배우를 뽑았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실제의 나는 그렇게 우둔하지 않고, 그런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았으니까. 박화영이 결핍을 해소하는 방식은 다소 미성숙하고 무모하기도 한데, 어느 순간부터 살면서 그처럼 용기 있던 순간이 내게는 없었던 것 같더라. 연기를 하면서 인간은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내 안에 있던 한을 푼 느낌이었다.



-촬영보다 촬영을 준비하는 워크숍이 더 길었던 작품이라고 들었다. 아예 파주에 있는 명필름영화학교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작품을 준비했다던데.



=폭력 장면이 꽤 있다 보니 미리 합을 맞추고 서로 좀 친해져야 했다. 배우들이 명필름영화학교에 모여서 두달 정도 워크숍을 가지며 연기를 연습했고, 현장에서는 리허설 없이 바로 들어갔다.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감사하게도 4인실 방에서 혼자 지냈는데, 다른 배우들이 파주에 올 때마다 거의 내가 시골 어머니처럼 굴었다. 방도 넓으니까 자고 가라면서 붙잡고 질척거리게 되더라. (웃음) 시간이 날 때마다 심심하니까 인근에 있는 아울렛 매장까지 걸어가며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고’ 게임을 했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그곳의 관장이 됐다. (일동 폭소)



-박화영과 가장 가깝게 지낸 미정(강민아)과의 관계는 어떻게 봤나. 퀴어 관계로 읽기도 하던데.



=뮌헨국제영화제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지만 감독님도 나도 퀴어의 감정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물론 굳이 그렇게 안 보이려고 하는 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둘은 필요하에 뭉친 동반자 같은 관계다. 미정이도 다른 친구들처럼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최고라고 해주니까 친근감을 갖는 거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들듯이, 박화영도 나는 엄마니까 이래야 한다며 책임감으로 다가간 것 같다.



-만만찮은 작품이었던 <박화영>을 끝내고 나니 어땠나.



=이 무모한 도전이 너무 무서워서 앞만 보고 달려갔는데, 다 끝나고 돌아보니까 나 자신이 멋있더라. 작품을 하면서 나와 많이 친해졌다. 주위에서 배우는 주인공을 해야 한다느니 예뻐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자주 해서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박화영>을 하고 난 후 ‘너무 멋있다, 김가희!’라고 생각하게 됐다.



-연기 전공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20대를 어떻게 보냈나.



=남들이 잘 안 하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수학 강사나 유치원 교사 같은. 10대들의 말을 배우고 싶어서 초등학교 앞에서 선물도 나눠주고. 덕분에 질풍노도에 있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많이 알게 됐다. 흡연실에만 들어갔다왔지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도 않은 학생들이 선생님이 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이런 거 막상 안 혼내면 섭섭해하고. (웃음) 그런 모습을 관찰했던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영화
2017 <박화영>
2016 <꿈의 제인>
2013 <수상한 그녀>
2013 단편 <집>
2012 단편 <점프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