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나> 그녀의 일상에는 그녀 자신밖에 없다
2018-07-25
글 : 임수연

한나(샬롯 램플링)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임에 참석해 이상한 소리를 내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혼자 사는 집에서 옷을 정리하고, 조용히 창을 닦는다. 그리고 남편(안드레 윌름스)이 수감되어 있는 감옥에 이따금 면회를 간다. 그녀의 일상에는 그녀 자신밖에 없다. 조용히 한나의 일상을 좇던 영화는 그가 처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조금씩 드러낸다.

남편은 소아 성애 범죄자이고, 그의 결백을 주장했던 한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멸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의 집안일을 도우며 홀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아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연기 연습을 하는 순간에만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한나>는 샬롯 램플링의 클로즈업이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일종의 실험을 하는 듯한 작품이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적 연출 태도를 고집하며 관객에게 최소한의 정보만 희미하게 건네고, 평범한 일상 혹은 수영장 회원권 박탈과 같은 돌출된 이벤트 속 한나의 반응으로부터 전체 그림을 조립하게 이끈다. 그 모든 장면들 속에서 샬롯 램플링의 얼굴이 힘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심각한 균열이 간 노년의 여성이 느끼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원망과 고독감을 감내한 후 삶의 다음 챕터로 발걸음을 딛는 순간을 조용히 지켜보게 된다.

주인공이 가짜 연기를 하는 순간과 그의 실제 감정을 일부러 혼동케 만드는 편집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극에 뜻밖의 긴장감을 주는 장치다. 프랑스의 대표 배우 샬롯 램플링은 이 작품으로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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