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속닥속닥> 소주연 -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다
2018-07-26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단기간에 분야별로 다 해봤네요.” 지난 2년 동안 브랜드 룩북 모델, 뮤직비디오, 광고, 웹드라마 그리고 영화 <속닥속닥>을 연이어 경험한 신인 소주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이 과정이 모두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걱정보다는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이 앞선다는 소주연의 첫 주연영화 <속닥속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폐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공포영화로, 그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 쓰지 못한 친구가 죽은 사실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 은하를 집중력 있게 연기한다.

-왁자한 친구들과 달리 혼자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를 연기해야 했다.

=또래 배우들과 사적으로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대본 리딩을 7번 넘게 했고, 다 같이 스키장도 놀러갔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심각한 감정을 연기할 때 혼자 에너지를 죽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막상 혼자 있는 신을 찍을 때는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웃음)

-촬영할 때는 없었을 사운드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연기가 너무 어려워서 감독님과 쉬는 날에도 계속 전화 통화를 했다. 여기서는 대사 끝을 올려야 한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감정에 대해서만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실제 촬영했던 곳이 세트가 아닌 진짜 동굴이었는데, 나름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어 도움을 받았다.

-은하와 죽은 친구 지은(이유미) 사이의 감정은 어떻게 봤나.

=대본 리딩 후 감독님에게 “은하와 지은이는 동성애 관계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며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감정선을 참고해보라고 하셨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는 구절을 읽고 느낌이 탁 왔다. 나도 살아오면서 “내가 정말 이성을 좋아하나? 동성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아마 고등학생이라면 감독님이 얘기한 애매모호한 감정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상대배우와도 만나서 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실제로도 친구처럼 지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삭제됐지만 대관람차에서 둘이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둘 다 눈물이 나는 거다. “아, 이걸 카메라 돌 때 했어야 하는데! 정말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극중 은하는 입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인데 실제 소주연은 어땠나.

=여고를 다녔는데, 학교생활을 진짜 즐겁게 했다. 좋아하는 윤리와 일본어만 공부하긴 했지만, 야간 자율학습 개근상까지 받았다. (웃음) 교복 입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겨울에도 패딩을 안 입고 내복 2장 껴입고 교복 위에 외투만 걸치고 다니고 그랬다. 여고만의 간질간질한 돈독함이 있다. 마니또도 하고, 서로 돈을 모아 생일 선물도 챙겨주고.

-그러다가 대학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했다고.

=고등학생 시절 CA 활동은 철학부에서 했는데, 철학과가 생각보다 등급이 너무 높더라. 그래서 일본어과를 가게 됐다. 당시에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관심을 가졌었거든. 막상 가보니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들에 그리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SNS에 올린 사진 때문에 모델 제의가 들어왔는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상 해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매력이 있더라.

-쇼트커트가 잘 어울린다며 SNS에서 화제가 됐는데, 머리는 모델 활동 이전에도 계속 짧았나.

=6살 때 머리를 길러본 이후로 항상 머리가 짧았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때 두발 규제에 걸릴 일이 전혀 없었다. (웃음) 머리가 길면 관리를 잘 못하겠더라. 짧은 머리가 말리기도 편하고, 친구들도 짧은 머리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를 다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 진짜 깨끗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배우들이 그런 캐릭터로 나오는 영화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풍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선배가 맡았던 고은찬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

영화 2018 <속닥속닥> 웹드라마 2018 <하찮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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