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에단 헌트 못지않은 존재감, 영화 속 여성 스파이들
2018-07-26
글 : 김진우 (온라인뉴스2팀 기자)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여섯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암벽, 헬기에 매달리고, 고층 빌딩 사이를 뛰어넘는 등 위험천만한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폴아웃>에는 전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에단 헌트 못지않은 액션을 선보인 일사(레베카 퍼거슨)도 다시 등장한다. 매 시리즈마다 여성 캐릭터가 바뀌었던 <미션 임파서블>에서 처음으로 두 편 연속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녀처럼 첩보영화에서 강렬한 모습을 선보인 여성 스파이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 “여성 캐릭터가 자리를 찾은 시리즈의 일단락”이라는 송형국 영화평론가의 평을 남긴 <폴아웃> 개봉 전, 영화 속에서 에단 헌트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던 여성 스파이들을 모아봤다.

<007 카지노 로얄>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

<007 카지노 로얄>

무려 50년 넘게 이어지며 24편이란 엄청난 작품 수를 자랑하는 <007> 시리즈. <007> 시리즈에는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짝, 본드 걸이 항상 등장한다. 제임스 본드답게 매 영화마다 다른 본드 걸이 출연했다. 두 명 이상의 본드 걸이 등장하는 영화도 있어 그 수만 무려 30명이 넘는다.

그중 한 명의 본드 걸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007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를 꼽고 싶다. 지금까지 등장한 제임스 본드는 수많은 여성들을 거쳐갔다. 베스퍼는 그의 첫사랑이다. 그녀는 적국의 이중스파이로 본드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제임스 본드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베스퍼는 화려한 액션이나, 권모술수를 보여주진 않지만 첩보영화 속 로맨스를 잘 살린 캐릭터다. 에바 그린은 제임스 본드를 위협하는 이중 스파이이자 그의 쓰디쓴 첫사랑 베스퍼를 고혹적으로 표현했다. 제임스 본드는 늘 칵테일 마티니를 마시는데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특별히 ‘베스퍼 마티니’를 마시는 점도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기존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도 로맨스는 존재했다. <미션 임파서블 3>는 에단 헌트가 아내, 줄리아(미셸 모나한)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또한 매 시리즈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캐릭터는 존재했다. 그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레베카 퍼거슨)이지 않을까.

일사는 영국 정보국과 테러조직 신디케이트를 오가는 이중 첩자다. 그녀는 첫 등장부터 죽을 위기에 처한 에단을 구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뒤이어 그간 등장했던 여성 캐릭터 중 가장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녀는 수영, 바이크, 격투기 등 강도 높은 액션을 구사한다. 레베카 퍼거슨은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일사 역은 원래 제시카 차스테인이 물망에 올랐으나, 액션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레베카 퍼거슨이 최종 캐스팅됐다. 일사가 <폴아웃>에 재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에단 헌트와 함께 시리즈를 이끌어갈 여성 캐릭터도 자리 잡은 듯하다.

<색, 계> 왕 치아즈(탕웨이)

<색, 계>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동양 감독으로 손꼽히는 이안 감독. <색, 계>는 그의 2007년 연출작으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색, 계>는 신분을 위장한 채, 홍콩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내려는 왕 치아즈(탕웨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색, 계>는 스파이 하면 생각나는 화려한 액션이나 총격전은 없지만,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색, 계>는 파격적인 정사신으로도 유명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면모는 그와 반대되는 절제된 인물들의 감정 묘사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이와 어떻게든 그에게 접근해야 하는 왕 치아즈의 미묘한 심리전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탕웨이는 임무를 위해 거짓 연기를 하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후 혼란스러워하는 왕 치아즈의 변화를 수준 높은 연기로 완성했다. 왕 치아즈 캐릭터가 “독립운동을 부도덕하게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탕웨이는 5년간 중국 활동을 금지당했으나, 그녀는 이 작품으로 연기파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솔트>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솔트>

<툼레이더>, <원티드> 등의 영화로 단련된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솔트>. <솔트>는 약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240억 원, 이하 7월20일 환율 기준)라는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미미한 흥행을 거뒀다. 평단의 평가 역시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에블린 솔트라는 캐릭터만큼은 빛을 본다.

<007 카지노 로얄>, <색, 계>의 베스퍼, 왕 치아즈가 타깃과의 금기된 사랑의 과정을 보여줬다면, 에블린 솔트는 그 이후를 보여준다. 그녀는 임무를 목적으로 접근했던 마이크(오거스트 딜)와 사랑에 빠지며, 그와 가정을 꾸린다. 이후 이중첩자로 몰리게 되고 남편 역시 사살당한다. 솔트는 이를 계기로 냉혹한 복수자로 변모한다.

솔트의 캐릭터는 두 가지 머리 색으로 나눌 수 있다. 행복한 날을 보내던 금발의 솔트와 복수를 위해 적들을 쓸어버리는 흑발의 솔트. 검게 변한 그녀의 머리 색처럼 솔트는 앞뒤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액션을 구사한다. 또한 적에게 쫓기는 지하철에서 한순간에 모습을 바꾸는 장면 등은 첩보물 특유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얼라이드>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

<얼라이드>

<얼라이드>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를 적절히 결합한 영화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당시 유럽의 분위기를 매우 잘 구현했다.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은 여타 스파이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캐릭터다. 그녀는 임무 수행을 위해 동행하던 맥스(브래드 피트)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그러나 맥스에게 '미라안이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본부의 지령이 떨어진 이후부터, 그녀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실 <얼라이드>는 사랑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편 맥스의 심리에 더 집중한 영화다. 이는 존재만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리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얼라이드>가 뻔한 스파이 로맨스가 아닌 심리 스릴러 영화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캐릭터다.

<아토믹 블론드> 로레인 브로튼(샤를리즈 테론)

<아토믹 블론드>

<아토믹 블론드>는 <존 윅>으로 키아누 리브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아토믹 블론드>는 감각적인 비주얼이 돋보였던 <존 윅>을 넘어서는 화려한 스타일을 자랑했다. 냉전 시대 베를린을 완성도 높게 구현했으며 그와 상반되는 네온 사인과 펑크 음악 등으로 만든 비주얼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단독 주연, 로레인 브로튼(샤를리즈 테론)은 엄청난 존재감을 남겼다.

샤를리즈 테론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 백설공주보다 더 돋보였던 비주얼을 그대로 가져왔다. 강렬한 네온 조명 아래, 무표정한 표정으로 총을 쏘아대는 그녀의 모습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또한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못지않은 액션도 돋보였다. 주먹 한 방으로 적들을 쓰러트리는 스파이들과 다르게, 그녀는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10여 분간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계단의 롱테이크 액션 신은 영화의 백미다. <아토믹 블론드>는 스토리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다는 평을 들었지만, 비주얼 하나만큼은 관객,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

<레드 스패로> 도미니카 예고로바(제니퍼 로렌스)

<레드 스패로>

<레드 스패로>는 제니퍼 로렌스를 할리우드 대세 배우로 만드는 데 일조한 <헝거게임>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작품이다.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헝거게임> 시리즈와 그의 또 다른 연출작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를 생각하면 <레드 스패로> 역시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영화로 예상된다. 그러나 <레드 스패로>는 오히려 액션을 자제한 첩보영화다.

대신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 스파이를 소재로 스릴러적인 측면을 극대화했다. 주인공 도미니카 예고로바(제니퍼 로렌스)는 촉망받는 발레리나였지만 그녀를 질투하는 동료의 계략으로 다리가 부러지고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된다. 이후 러시아 정보국에서 일하는 삼촌에 의해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스파이가 된다. <레드 스패로>는 불가피하게 스파이가 된 도미니카의 심리를 세밀히 묘사한다. 제니퍼 로렌스가 완성도 높게 표현한 도미니카의 고통, 불안, 분노 등은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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