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 바로 아슬아슬한 스턴트 장면이다. 동작 하나만 실수해도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할 위험한 장면들. 보통의 경우엔 배우들과 똑 닮은 전문 스턴트 배우들이 촬영에 함께하지만, 대역을 거부한 채 촬영장에서 직접 스턴트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있다. 목숨이 최소 2개 이상일 것 같은(!) 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지난 22년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를 연기하며 보기만 해도 아찔한 각종 스턴트에 도전해왔다. 달리는 기차 위에 매달리거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 올라 외벽을 질주하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거나, 줄 하나에 의지해 빌딩들을 오고 가는 등 상상 못할 미션들을 클리어한 액션 장인. 개봉작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촬영 당시엔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액션을 시도하다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뿐만 아니라 <나잇 & 데이>, <오블리비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의 굵직한 액션물엔 언제나 그의 활약이 존재했다. 톰 크루즈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스턴트를 소화해내는 이유로 캐릭터와 스토리, 관객을 꼽았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스턴트 장면을 직접) 하는 거다. 어떻게 내가 관객을 액션에 몰입하게 할지, 어떻게 이야기에 빠지게 할지가 관건이다. 나는 항상 이런 관점에서 역할에 접근한다”(<씨네21> 899호) 고.
안젤리나 졸리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를 통해 액션 스타로 거듭난 안젤리나 졸리는 이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원티드>, <솔트>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최고 여전사 자리에 올랐다. 안젤리나 졸리의 스턴트 트레이너는 “영화 속 액션 99% 이상을 그녀가 직접 소화한다”고 밝혔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의 위험천만 스턴트가 담긴 영화는 <원티드>와 <솔트>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함께 출연한 <원티드>에선 달리는 차 보닛 위에 누워 총을 난사하는 수준급 액션을 선보였다. 이중첩자로 몰린 스파이를 연기한 <솔트>에선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달리는 트럭 위에 뛰어내리거나, 12층의 창틀에 매달려 총격을 피해 이동하는 아찔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촬영 전 일주일의 반 이상을 무에타이와 이스라엘 무술 크래브 마가 훈련에 집중한 결과다.
다니엘 크레이그
외형이 닮지 않았단 이유로 <007>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던 다니엘 크레이그. 그가 제임스 본드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스턴트 연기 덕분이다. 그의 제임스 본드 데뷔작이었던 <007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바다 위 크레인과 크레인 사이를 점프해 이동하는 스턴트를 선보였다. 다니엘 크레이그에 따르면 “이 영화 속 CG는 스턴트 장면을 촬영할 당시 연결한 와이어를 지운 데만 사용되었다”고.
<007 스카이폴>에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붕 위를 질주하는 액션과 함께 달리는 기차 칸에 굴착기를 연결하고 그 위를 건너가는 아슬아슬한 액션을 소화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스턴트를 직접 소화한 데 대해 “진정성을 위해 가능한 많은 스턴트를 내가 직접 소화하는 게 중요했다”고 밝히며 “단순히 셔츠를 벗는 것보단 크레인에서 크레인으로 점프하는 모습을 통해 제임스 본드의 신체적인 매력을 뽐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해리슨 포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유독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더욱 신빙성 있게 만드는 해리슨 포드의 리얼한 액션 덕분이 아닐까. 해리슨 포드는 신인 시절부터 현재까지 할리우드에 수많은 전설의 액션 신을 남겼다. 그의 담당 스턴트맨이 “해리슨 포드가 스턴트를 다 소화해내는 바람에 직업을 잃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달리는 차에 매달려 끌려가는 건 기본(<레이더스>), 이륙하는 헬리콥터에 매달리거나(<긴급 명령>), 발목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기차 추돌 사고에서 탈출하고(<도망자>), 그의 나이 65세 땐 달리는 차의 창문에서 빠져나와 오토바이에 탑승하는 액션(<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낸 능력자! 해리슨 포드는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는 이유에 대해 “스턴트는 신체적 연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액션을 소화해내는 게 재밌고 그를 즐긴다. 가능한 많이 도전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벨
앞선 배우들에 비해선 조 벨의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 있겠다. 조 벨은 <킬 빌> 시리즈 속 우마 서먼의 스턴트 대역을 시작으로 필모그래피를 시작했다. 교회 신, 술집 신, 눈 내리는 장면의 결투 신 등 유명한 장면은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 이후 그녀는 할리 베리 주연의 <캣우먼>에서 샤론 스톤의 스턴트 대역을 맡아 그녀의 추락 신을 대신 촬영하기도 했다.
늘 누군가의 뒤에서 명장면을 탄생시키던 그녀가 배우로 나서기 시작한 건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에서부터다. 조 벨은 질주하는 차 보닛 위에 매달리는 스턴트를 소화했다. 매달린 데 그친 게 아니라, 추가로 그녀가 매달린 차를 공격하는 차도 있었다. 당시 그녀는 아무런 보호 장치도 걸치지 않았다고. 강렬한 신고식을 치른 조 벨은 이후 <헤이트풀8>, <오블리비언>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자로 활약해왔다. 인상 깊은 작품은 <레이즈: 데스매치>. 그녀의 놀라운 액션을 원 없이 만나볼 수 있는 영화다.
성룡
역시 성룡이 빠질 수 없다. 어린 시절 성룡은 희극 학교에 입학해 10년 동안 연기와 무술을 익혔고, 그 기술을 바탕 삼아 이소룡 영화 <정무문>과 <용쟁호투>에서 스턴트맨으로 활약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성룡의 필모그래피 절반 이상의 작품에서 그의 스턴트를 만나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몇 장면만 되새겨 봐도 그가 정말 목숨을 걸고 스턴트 연기를 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젝트A>엔 3층 이상의 높이에 매달려있던 성룡이 머리 쪽을 아래로 두고 추락하는 아찔한 장면이 담겼다. <폴리스 스토리>에서 봉 하나에 의지한 채 전구를 깨며 추락하던 성룡의 스턴트는 현재까지도 전설로 손꼽히는 장면이다. <취권2>에선 달궈진 석탄 위에서 몸을 굴리는 성룡을 만나볼 수 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NG 영상엔 불이 붙은 성룡의 몸에 소화제를 분사하는 장면이 삽입되기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보다 먼저 ‘맨몸으로 빌딩 슬라이딩하기’에 도전한 배우이기도 하다.
성룡은 <차이니즈 조디악> 개봉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액션 장면을 찍고 싶다”(<씨네21> 893호)고 밝힌 바 있다. 환갑이 넘은 지금도 그의 액션은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