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목격자> 살인을 목격한 순간, 나는 놈의 다음 타겟이 되었다
2018-08-15
글 : 이화정

새벽녘 한 아파트.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신고하지 않은 남자 상훈(이성민), 그리고 자신의 범행을 목격한 상훈을 죽이려 나선 범인(곽시양). 이제 막 조그만 아파트 하나 장만한 중년의 샐러리맨 상훈은 이사 오자마자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의 목격자가 된다. “귀찮은 일에 끼어봤자 좋을 게 없는” 데다, 범인이 신변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살인이 일어나고 상훈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내 집 앞에서 일어나는 일만 아니라면, 굳이 남의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진범을 잡으려는 형사(김상호)는 “당신만 결정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공권력의 유명무실함을 잘 아는 상훈은 “신고하면 보호해줄 수 있어?”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목격자>는 한국의 대표적 주거지인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험의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방관자 효과’를 실험하는 모의실험 같은 영화다. 백주에 현관 앞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여성, 불의를 신고한 내부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현실의 사건과 이 영화가 겹쳐 보이는 이유다. 살인범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상훈의 분투를 바탕으로 하지만, 공포의 끝에 얻는 장르적 스릴을 주는 대신, <목격자>는 상훈의 선택을 추궁하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기적인 행동, 형사들의 수사 태도 등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단, 상훈의 딜레마에 집중하다보니, 사건을 둘러싼 여성 캐릭터가 입체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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