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전원이 아시아인인 작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북미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가수 에릭남이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한 극장의 상영 표를 모두 구입해 화제를 모았던 그 영화다.
지난 8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북미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8월 셋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8월 19일 기준, 개봉 닷새 만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올린 흥행 수익은 3400만 달러(약 381억 원). 마크 월버그 주연의 <마일22> 등 쟁쟁한 블록버스터 경쟁작을 가뿐히 누른 성적이다.
그간 할리우드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는 점도 인상 깊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개봉 첫 주말 2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됐다. 에이미 슈머 주연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이후 3년 만의 기록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싱가포르계 미국인 케빈 콴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뉴요커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싱가포르로 가 슈퍼 리치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의 가족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화이트 워싱 등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콘스탄스 우가 주인공 레이첼 추를,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영국, 말레이시아 혼혈 배우 헨리 골딩이 부잣집 아들 닉 영을 연기한다. 할리우드에서 제 입지를 탄탄히 다진 양자경, 켄 정 등의 중견 배우와 함께, <오션스 8>으로 할리우드 신고식을 치른 아콰피나 등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예 동양계 배우들도 만나볼 수 있는 작품. <나우 유 씨미 2>, <지.아이.조 2> 등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25년 만에 제작된 아시아인 배우 주연 영화다. 그 이전엔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 여성들을 조명한 영화 <조이 럭 클럽>(1993)이 있었다.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을 <블랙 팬서>, <원더 우먼>, <코코> 등과 비교하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에 대한 열광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할리우드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존 추 감독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영화 그 이상의 운동”이라 언급했던 것과 같이, 아시아계 미국인 셀럽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골드오픈(GOLDOPEN)’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에릭남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인 셀럽들이 미국 전역 상영관의 표를 사들여 관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며 영화 흥행에 힘을 보탠 것. 크리스 프랫, 리즈 위더스푼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홍보에 동참했다.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이미 개봉 첫 주부터 그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 작은 영화가 그려낼 더 놀라운 흥행 곡선을 미리 기대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