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트라이앵글> 모두를 죽여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2018-08-2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미개봉 스릴러 <트라이앵글>을 여름의 끝자락에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제라르메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디오영화상 수상작으로, 일종의 루프 스릴러물이다. 자폐아 육아에 시달리던 미혼모 제스(멜리사 조지)는 지인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난다. 바다 한복판에서 폭풍우를 만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5명은 마침 근처를 지나던 호화 크루즈에 올라 목숨을 부지한다. 그런데 배 안은 텅 비어 있고, 동료들은 의문의 살인마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사냥당하기 시작한다. 살인마는 제스에게 모두를 죽여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언을 남긴다.

<트라이앵글>은 일견 불규칙해 보이면서도 정교하게 고안된 스릴러다. 영화 속엔 어떤 우연한 상황도 없으며, 이후 모든 순간은 살아남은 제스의 시선을 통해 재맥락화된다. 영화 속 반복지옥은 그리스 신화를 통해 암시되는데, 그들이 탄 호화 크루즈의 이름은 ‘아이올로스’다. 분명 의도된 착각이겠지만 실상 영화에 긴박된 것은 아이올로스 신화가 아니라 그의 아들인 시시포스 신화다. 죽음을 거부해 신의 분노를 산 시시포스는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을 부여받았다. 육지, 요트 위, 그리고 거대 크루즈를 세 꼭짓점으로 하는 반복지옥 속에는 우리가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주인공 제스의 궁극적 트라우마가 놓여 있다. 우여곡절 끝에 육지로 돌아온 다음 그녀에겐 한층 놀랍고도 섬뜩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이 고통에 바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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