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충무로의 독보적 존재감! 베스트 캐릭터로 돌아보는 박해일 변천사
2018-09-06
글 : 유은진 (온라인뉴스2팀 기자)
<상류사회>

<덕혜옹주>, <남한산성> 등 최근 주로 사극에서 활약해왔던 박해일이 현대극으로 돌아왔다. <상류사회>는 돈과 권력만이 무기인 ‘상류 사회’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해일은 정치권 입성을 꿈꾸는 교수 태준을 연기한다. 유혹과 욕망에 물들어 점차 속물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태준은 그간 박해일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캐릭터다. 순하고 말간 얼굴로 눈도장을 찍었던 신인 시절부터 노련함이 빛나는 현재까지, 충무로에 ‘박해일이 아니면 안 될’ 캐릭터들을 여럿 탄생시키며 독보적 존재감을 알려왔던 박해일.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질투는 나의 힘, 2002

이원상 역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리더, 성우(이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충무로에 발을 디딘 박해일은 이후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으로 주연 데뷔를 치렀다. 원상은 연상녀 성연(배종옥)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20대 청년이다. 불안함과 결핍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는 청년. 어른과 소년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원상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해일은 이 작품으로 국내 유수 시상식의 신인상을 거머쥐며 평단에 눈도장을 찍었다.

국화꽃 향기, 2003

서인하 역

스무 살의 열병을 7년 동안 고이 간직한 지고지순함.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박해일은 첫눈에 반한 희재(장진영)에게 제 인생의 모든 사랑을 맹세하는 남자 인하를 연기했다. 일명 비누 냄새나는 박해일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그가 연기한 인하는 매사 어리숙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굳건했던 캐릭터다. 티 없이 말간 박해일의 눈동자가 유독 빛났던 작품이다.

살인의 추억, 2003

박현규 역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당시, 살인 사건 용의자 캐릭터인 박현규의 이름을 아예 박해일로 정해놨단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은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박현규를 연기했다. 도무지 속을 짐작할 수 없던 그의 의뭉스러운 얼굴이 돋보였던 캐릭터. 그간 선한 얼굴을 주로 연기해왔던 박해일의 필모그래피의 터닝 포인트로 남은 캐릭터다.

연애의 목적, 2005

영어교사 유림 역

뻔뻔함의 극치! <연애의 목적> 속 유림은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직장 동료에게 정도 없이 치근덕거리는 한량이다. 필터란 없는 것처럼 제 욕망을 있는 그대로 다 뱉어내는 유림은 불쾌할 정도로 저돌적이다. 박해일이 그간 연기해왔던 캐릭터들과 정반대에 놓인, 변태 양아치 캐릭터. 그 역시 위화감 없이 소화해낸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괴물, 2006

남일 역

봉준호 감독은 박해일의 얼굴에 늘 색다른 개성을 부여해왔다. <괴물> 속 남일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하긴커녕 술만 마시고 사는 백수 남일은 말만 많고 책임감이란 없는 인물이다. 매사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데만 집중하던 그는 괴물에게 납치된 조카 현서(고아성)를 구하는 과정에서 점차 적극적이고 행동력 강한 인물로 변화해간다. 남일이 괴물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은 박해일의 필모그래피의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남았다.

이끼, 2010

유해국 역

<극락도 살인사건>, <모던 보이>, <10억> 등 영화 속에서 각양각색 캐릭터를 연기해온 박해일은 <이끼>를 통해 인기 웹툰 원작 영화에 도전했다. <이끼>에서 그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시골 마을을 찾았다가 사건의 중심에 서는 유해국을 연기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휘둘리다가도 금세 그들을 도발하고, 끝까지 마을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파헤치던 캐릭터. 선과 악이란 이중 잣대를 넘어, 그보다 더 첨예한 여러 감정을 녹여낸 박해일의 복합적인 연기가 빛났던 작품이다.

최종병기 활, 2011

남이 역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얼굴로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장악해왔던 박해일.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민첩한 몸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청나라의 포로로 잡혀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활을 든 남이에게 망설임, 혹은 여유란 단 1초도 허용되지 않는다. 쏜살같은 속도감으로 적을 명중시키는 그의 화살처럼, 남이 역시 박해일의 캐릭터 중 가장 직선적이고 명쾌하게 묘사된다. 궁술과 승마 훈련에 매진한 덕에 박해일은 거의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해낼 수 있었다.

은교, 2012

이적요 역

<고령화 가족>, <나의 독재자>에서 까칠하고 철없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박해일은 <은교> 속 노시인 이적요 역을 맡으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이적요는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을 한 박해일과 젊음을 갈망하는 노년의 모습을 한 박해일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다. 이적요는 은교(김고은)에게 느끼는 제 안의 솔직한 욕망을 애써 감추려 노력한다. 내면 연기는 물론, 노인의 말투나 행동을 그대로 옮겨낸 박해일의 연기가 인상 깊었던 작품. 박해일은 이적요로 변신하기 위해 매번 8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 시간을 견뎌야 했다.

남한산성, 2017

인조 역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영화다. 박해일은 청에게 무릎을 꿇고 몸을 조아린 ‘삼전도의 굴욕’을 겪는 왕, 인조를 연기했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최명길(이병헌)과 청에게 끝까지 맞서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김윤석)의 팽팽한 대립 한가운데 선 인조는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당시 조선의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이다. 날 선 대화로 극을 장악한 두 캐릭터 사이, 조용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으로 적절한 균형을 잡아냈던 캐릭터. 그간 켜켜이 쌓아온 박해일의 내공이 빛났던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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