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 눈 깜짝할 순간도 충분히 영화가 될 수 있다. 적게는 90초부터 5분, 15분 남짓의 짧은 단편영화들. 이른바 초단편영화들의 영화제가 있다. 2009년 아시아 최초의 초단편영화제로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는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SESIFF)는, 디지털 환경과 플랫폼에 최적화된 영화제다. 개막작으로 윤성호 감독의 <두근두근 외주용역>을 시작으로, 배우 고수, 이영진이 참여한 ‘E-CUT 감독을 위하여’, 클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와 카날+특별전 등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9월 11일부터 CGV영등포점과 온라인상영관(www.sesiff.org)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앞서 서명수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올해가 영화제 10주년이다. 처음 시작을 돌아보게 된다.
=9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에서 기호학을 공부했는데 유학 시절, 2~3분의 러닝타임으로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파리의 트레쿠르초단편영화제나 베를린언더그라운드영화제 같은 컨셉의 영화제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간 구로구, 동작구를 거쳐 최근에는 영등포구를 기반으로 개최하고 있다.
-초기에는 ‘초단편’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영화라 지칭하기에 너무 짧다는 우려였는데,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지금은 오히려 환영받지 않나.
=플랫폼도 변화했고 디지털 장비도 대중화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는 영화제의 취지에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글을 배우듯,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세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단편영화 러닝타임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인데, 출품작을 초단편국제경쟁부문은 5분 내, 단편국제경쟁부문은 5~15분 내로 규정하고 있다.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영화 학교 학생들 작품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하더라. 단편을 독립 장르로 보지 않고 장편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생각하는 인식이 많아서인 것 같다. 단편의 특성과 묘미를 살린, 단편 자체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
-단편을 활성화하는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영화제와 벨기에 브뤼셀초단편영화제가 교류하는데 올해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다녀왔다. 그곳은 국제경쟁작에 비해 국내경쟁작 수준이 월등히 높다. 단편에 특화된 정부예산 지원정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도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일조한 것 같다. 해외의 경우 단편 마켓도 활성화되어 있다. 한국은 장편 제작 시스템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단편에 대한 지원 시스템은 아직까지 장편에 비해 미비한 편이다. 좀더 지원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된다.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시대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비주얼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곳과 협의해나가려고 한다. 영화제 기간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단편을 상영할 수 있는 구조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