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상영회 취재기 - 상상력, 문제의식, 재미… 환경 문제를 영화로 담아냈다
2018-09-21
글 : 전효진 (객원기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상영회를 가진 세 작품의 관계자와 스탭들이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을 가득 메웠다.

영화적 상상력이 자연과 함께 숨 쉰다. 지난 9월 6일, 환경부가 주최하고 <씨네21>이 주관한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제작 지원작의 상영회와 시상식이 열렸다. 환경부와 <씨네21>은 지난 1월부터 두달간 ‘생명과 호흡’을 주제로 한 시나리오 공모를 실시했고, 총 81편의 접수작 중 선발된 3편의 작품은 각 1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이번 상영회는 시나리오 공모 심사에 당선됐던 3편의 환경단편영화가 약 4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행사가 진행된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에는 <벌레>를 연출한 김지영 감독, <식물인간>을 연출한 송현석 감독, <세 마리>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을 비롯해 각 작품의 배우와 제작진이 참석했다.

작품 상영에 앞서 시상식이 진행됐다. 주성철 <씨네21> 편집장과 함께 이아영 영상학 박사의 진행으로 수상작 발표가 있었다. 주성철 편집장을 비롯해 창감독, 박관수 프로듀서의 사전심사를 통해 대상작으로 선정된 <세 마리>의 이옥섭 감독에게는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김지영 감독의 <벌레>와 송현석 감독의 <식물인간>은 최우수작으로 꼽혔다. 3편 모두 환경부 장관 명의의 상장이 전달됐다. 시상과 축사를 맡은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공모전 제목인 [숨ː] 은 사람과 자연의 숨, 생명의 가치를 살펴보고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 이번 상영회를 통해 절약과 배려를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변화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벌레> <식물인간> <세 마리> 순으로 작품 상영이 진행됐다.

심사를 맡은 박관수 프로듀서, 창감독, 수상의 영광을 안은 송현석·이옥섭·김지영 감독, 주최한 환경부 유제철 생활환경정책실장, 주관사 <씨네21> 배경록 대표이사, 모두컴즈 최승식 대표이사, 환경부 양원호 대변인실 뉴미디어홍보팀 과장(왼쪽부터).

이날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 <벌레>는 산소마스크 없이 살 수 없는, 벌레를 먹으면서 연명해야 하는 미래를 섬세한 연출과 상상력으로 그려낸 15분 길이의 단편영화다. 아포칼립스적 세계 묘사로 눈길을 끈 이 작품은 한 남자가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먹을 수 있는 고단백 음식인 풍뎅이를 우연히 얻게 되면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갈등하는 이야기다. 김지영 감독이 무대 인사에서 “우리 삶의 패턴과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밝힌 대로, 영화는 환경이 오염된 세상의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심사를 맡은 창감독은 “단편영화에서 보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함께 심사한 주성철 편집장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뱉어내는 숨소리가 감동적인 작품이다. 최초의 시나리오에 담겨 있던 의도와 비전을 거의 그대로 잘 영상화했다”는 평을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이아영 박사와 주성철 편집장, 그리고 <식물인간>의 주인공 이우주(왼쪽부터).

다음으로 상영된 <식물인간>은 먼지 가득한 회색빛 도시에서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수현과 그를 정신질환자 취급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여주는 단편영화다. <식물인간>을 연출한 송현석 감독은 “사람들이 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좀더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10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 이우주도 이날 관객과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상영 후 관객 앞에 선 이우주 배우가 “촬영현장에서 모두 잘해주셔서 즐겁게 임했다. 그렇지만 식물을 품에 안고 걷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화분이 정말 무거웠다”는 뒷이야기를 전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창감독은 “보면서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 공감대를 이루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세 마리>의 이옥섭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유제철 실장(왼쪽에서 두번째).

대상의 영광을 안은 <세 마리>는 마지막으로 상영됐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통한 반려견과의 대화를 소재로 삼은 35분50초짜리 세미 다큐멘터리다. <세 마리>의 이옥섭 감독은 “작품 구상 초기에는 환경에 대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대기오염, 황사나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가 현재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하게 됐고, 이를 영화로 담았다”고 소회를 풀었다. 박관수 프로듀서는 “배우들의 연기와 재치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더불어 창감독은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가 큰 작품이었는데, 기대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색다른 시선, 주인공을 맡은 배우 구교환과 신인배우 심달기의 안정적인 연기 호흡, 그리고 재치 넘치는 연출의 삼박자는 순식간에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작품 상영이 끝난 후 창감독은 “처음 기획 단계부터 심사에 참여하면서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었다”며 “신진감독들의 상상력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다”는 심사 소감을 밝혔다. 박관수 프로듀서는 “감독과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이번 상영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관객도 이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며 “환경에 대한 고민을 영화로 풀어간 세 작품 모두가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뤘다”는 총평을 전했다. 그는 “올여름 이상기온으로 무더위가 한창일 때 촬영하느라 수고 많았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아영 박사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으로 풀어가는 영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주성철 편집장은 “오늘 관람한 작품들을 다시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올해 1회로 시작한 행사가 계속될 수 있길 기원한다”는 바람을 보탰다. 이번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상영회’는 환경과 영화계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이자, 환경을 생각하는 신진 영화인들의 상상력을 확인하는 자리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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