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조경규 만화가의 <쥬라기 공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2018-09-26
글 : 조경규 (만화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리처드 애튼버러, 새뮤얼 L. 잭슨 / 제작연도 1993년

초등학생 시절부터 만화를 그려오다가 이제는 어엿한 만화가가 된 나는 영화를 볼 때 관찰자적인 자세가 된다. 영화 속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감상에 젖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영화 뒷얘기에 관심이 많아 각종 잡지와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보며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창작되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아주 감정적으로 격한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나와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든지 화면 구도가 참 아름답다든지 조명이 근사하다든지 따위를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특수효과다. 지금이야 거의 모두 컴퓨터로 만들어지니 큰 감흥이 없다만 컴퓨터 이전 시절의 영화에는 특수효과맨들의 인장이 영화 곳곳에 아주 깊이 박혀 있었다. 톰 새비니가 고안해낸 좀비 분장, 크리스 월러스의 손으로 빚어진 기괴한 크리처들, 릭 베이커의 외계인들, 필 티펫의 매력만점 스톱모션, 롭 보틴의 기상천외한 신체 훼손 이펙트, KNB 스튜디오의 고어 액션 등 그들은 나에게 있어 록스타와 다름없다. 같은 장면을 보고 보고 또 봐도 그 마술 같은 특수효과는 언제나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런 면에서 <쥬라기 공원>은 나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마이클 크라이턴의 영리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탄탄한 디렉팅, 존 윌리엄스의 웅장하고 멋진 음악, 언제봐도 흥미로운 제프 골드블럼의 손짓 연기, 스탠 윈스턴의 손에서 탄생된 살아 숨 쉬는 메커닉 공룡들! 그리고 물론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CG 공룡들까지 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내게 좀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애초에 이 영화 속 공룡들은 필 티펫의 스톱모션 효과로 만들어질 참이었다. 실제로 후반부의 부엌 액션 장면은 찰흙을 빚어 만든 공룡들로 테스트 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하지만 CG로 대신하기로 결정되었고 사실상 그 후 스톱모션 기술은- 적어도 실사영화에서는- 끝이 났다. 그 이후 CG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난 종종 상상해본다. 만약에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수십년간 CG가 그러했듯 스톱모션 기법이 발전해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들을 스톱모션으로 만들었다면? 그 얼마나 장관이었겠는가 말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껏 모든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극장에서 놓치지 않고 보아왔고 하나같이 사랑한다. 1편은 숨쉬는 트리케라톱스와 포효하는 티렉스를 볼 수 있어서 좋아하고, 2편은 스테고사우루스의 꼬리 공격과 티렉스가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장면이 있어 재미있다. 3편은 날아다니는 익룡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쥬라기 월드>는 마침내 개장한 공원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어 감개무량했다. 그에 비해 올해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아쉬움이 많았지만, 다음편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에 엄지척을 줄 수 있겠다.

조경규 만화가. <차이니즈 봉봉> <오무라이스 잼잼> 등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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