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꾼>으로 관객을 찾았던 현빈이 <협상>으로 1년 만에 극장가에 복귀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그의 악한 얼굴을 담은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아직도 현빈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 <내이름은 김삼순> 속 로맨티시스트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보시길. 늘 로맨스와 함께라면 환상의 시너지를 빚었던 현빈이지만, 최근의 그는 로맨스를 벗어나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해왔다. 백마 탄 왕자님은 졸업한 지 오래, 로맨스를 벗어난 현빈의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민규
돌려차기, 2004<돌려차기>는 현빈의 스크린 데뷔작(2002년 <샤워>라는 작품이 있었으나 개봉하지 않았다)이다. 바른 생활 대학생을 연기했던 <논스톱 4>, 안타까운 이가 있으면 도와주고야 마는 성격의 경호원을 연기한 <아일랜드> 등 데뷔 초 현빈은 주로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돌려차기> 역시 마찬가지. 현빈은 욕이라곤 ‘이 자식아’가 전부고, 무조건 원칙을 우선하는 태권도부 주장 민규를 연기했다. 이 작품을 위해 반년 가까이 하루 6시간씩 발차기 연습을 했다고. 540도 회전한 후 발차기 하는 장면 역시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장면이다.
한동수
친구, 우리들의 전설, 2008<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장동건, 유오성 주연의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다. 영화 <친구>의 연출을 맡은 곽경택이 직접 연출을 맡고 각본을 썼다. 현빈은 장동건이 연기했던 캐릭터 한동수를 연기했다. 장동건이 곽경택 감독에게 직접 현빈을 추천했다고.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현빈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세 작품 연속 로맨스로만 대중을 찾았던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낸 작품. 영화 속에서보다 비중이 높아진 동수를 보다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조
역린, 2014<시크릿 가든>으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은 현빈은 곧바로 해병대에 입대했다. <역린>은 제대 이후 그의 복귀작이다.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에서 현빈은 즉위 1년 만에 암살 위협을 받는 왕 정조를 연기했다.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덜컥 왕위에 올라 사방이 위협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자신을 꾸준히 단련했던 인물이다. <역린>은 예민하고 치밀한 왕으로 변신한 현빈의 절제력과 강단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캐릭터의 내면뿐만 아니라, 액션을 비롯한 신체적 연기까지 탁월했던 작품. 꾸준한 운동으로 만든 그의 ‘화난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철령
공조, 2016<공조>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총격 액션을 펼치는 현빈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동시에 그의 첫 북한 말 연기를 담은 작품이기도 했다. <공조>에서 현빈은 북한의 범죄조직 리더를 잡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특수정예부대 출신 형사 임철령을 연기한다. 촬영 당시 매번 액션 스쿨에 출석해 무술팀과 일대일 훈련을 하며 액션 신을 준비했다고. 그의 성실한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든 액션 신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한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자신과 정반대 매력을 자랑한 유해진과 형성한 브로맨스 역시 놓칠 수 없는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2017년 설 연휴를 공략한 <공조>는 7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황지성
꾼, 2017<꾼>은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역량이 빛났던 영화다. 그 중심엔 현빈이 있다. 전작 <공조>에서 유난히 말 수 적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현빈. <꾼>은 그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현빈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꾼>에서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사기 치는 사기꾼 황지성을 연기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꽁꽁 숨긴 자신의 속내를 화려한 언변으로 가리는 지능형 사기꾼. 어느 위기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연스러움과 능청스러움이 돋보였던 역할이다. 그간 현빈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성격의 캐릭터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민태구
협상, 2018현빈의 가장 잔인한 얼굴. <협상>은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인 민태구와 협상가 하채윤이 대치하며 벌인 협상을 담은 영화다. 현빈은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인질들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미는 인질범 민태구를 연기했다. 현빈 생애 첫 악역 캐릭터다. 나른한 말투로 상황을 제멋대로 조련하는 민태구는 어디로 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캐릭터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행동과 태도는 영화 속 인물들을 뛰어넘어 관객들까지 쥐고 흔드는 힘을 지녔다. 한정된 공간, 시간 안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된 현빈의 에너지가 돋보인 작품이다.
이청
창궐, 2018<협상>을 통해 추석 관객을 만날 현빈은 곧 <창궐>로 다시 극장가에 돌아올 예정이다. <공조>에 이어 다시 한번 김성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의 창궐로 위기에 빠진 조선을 그린 영화다. 현빈은 야귀 떼와 싸우는 왕자 이청을 연기했다. 독특한 움직임을 선보일 야귀 떼와 그에 맞설 현빈의 파워풀한 액션 연기가 기대를 모으는 작품. 악역 김자준을 연기한 장동건과의 호흡 역시 기대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