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지난 10년간의 추석 영화 대전
2018-09-27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안시성>의 승리로 끝난 추석 영화 대전. 현대극인 <협상>, 제임스 완 사단의 호러영화 <더 넌> 등 다양한 장르가 경합했지만 올해는 "추석에는 사극, 혹은 가족 오락영화가 흥행한다"는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추석에는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간 추석 극장가의 영화 스코어에 대해 알아봤다.

2008년

추석: 9월14일
<신기전>
<맘마미아!>

2008년 추석 시즌 극장가는 9월 첫째 주 개봉한 <맘마미아!>, <신기전>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다퉜다. 밝은 분위기로 '가족애'를 그린 <맘마미아!>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영화겠지만, 추석 연휴 관객들은 한복 입은 국내 배우들을 더 많이 찾았다. 조선의 신무기, '신기전'으로 명나라 군대를 격퇴하는 액션 장면과 애국심 고취시키는 메시지도 한몫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는 동시에, 상황은 역전됐다. 2위에 머물던 <맘마미아!>가 <신기전>으로부터 1위를 탈환했다. 추석 시즌이 끝나며 <신기전>의 관객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 비해 <맘마미아!>는 관객,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흥행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신기전>은 370만 명의 관객을, <맘마미아!>는 4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추석 시즌의 승자는 <신기전>이었지만, 최종 승자는 <맘마미아!>라고 할 수 있겠다. 9월11일 개봉한 <영화는 영화다>는 피 튀기는 현실적인 액션으로 마니아층의 호평을 받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의 이유로 3위에 머물며 소소한 흥행을 기록했다.

2009년

추석: 10월3일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2009년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두 영화가 맞붙었다.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종우(김명민)의 사랑을 그린 <내 사랑 내 곁에>,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내 사랑 내 곁에>의 승리. 2008년과는 반대로 사극의 장르적 쾌감, 액션보다는 20kg 체중 감량을 강행한 김명민의 살신성인 연기가 더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두 영화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사실 2009년 추석 은 극장가 비수기였다.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는 각각 210만 명, 16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9월, 10월 개봉 영화 중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한 개도 없을 정도다. 7월 말 개봉한 <국가대표>가 추석이 지나서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중위권에 머무르기도 했다.

2010년

추석: 9월22일
<시라노; 연애조작단>
<무적자>

극장가 비수기는 2010년 추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큰 흥행작들은 배출되지 않았다. 그중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9월16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이다. 최종관객수 260만 명을 기록한 <시라노>는 특이하게도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흥행가도에 올라갔다. 2008년 <맘마미아!>와 비슷한 셈.

처음 박스오피스 1위를 다툰 작품은 같은 날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이하 <레지던트 이블 4>)와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다. 두 영화는 각각 이전 시리즈의 흥행, 원작의 아성이라는 기대감을 안은 채 정상을 다퉜다. 그러나 <레지던트 이블 4>는 악역들과의 결투만 줄줄이 등장하는 게임 같은 스토리, <무적자>는 어색한 연기와 애매하게 바뀐 설정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반면 <시라노>는 "연애를 조작해준다"는 참신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1위를 석권했다. 그 사이,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슈퍼배드>가 나름 선전하며 <레지던트 이블 4>를 앞지르기도 했다.

2011년

추석: 9월12일
<가문의 영광 4 - 가문의 수난>
<최종병기 활>

2011년은 애매하다. 추석 시즌, 박스오피스를 제패한 영화는 <가문의 영광4 - 가문의 수난>(이하 <가문의 영광4>)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B급 설정을 가득 버무린 <가문의 영광 4>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로 적합했다. 그러나 <가문의 영광4>는 말 그대로 추석 연휴, 반짝 흥행하는 데 그쳤다. 다시 1위 자리를 뺏은 것은 한 달이나 먼저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다. 동시 개봉 혹은 후발주자도 아닌 전달 개봉작에게 밀렸으니 <가문의 영광4>의 승리는 반쪽짜리라 할 수 있겠다. <최종병기 활>의 기세에 밀려, <가문의 영광4>과 함께 개봉한 <챔프>, <통증>, <파퍼씨네 펭귄들> 등의 영화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한 채 내려가야 했다.

2012년

추석: 9월30일
<광해, 왕이 된 남자>
<테이큰 2>

2011년의 <최종병기 활>도 있지만, '추석은 사극'이라는 말의 시작점이 된 작품은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인 듯하다. 그만큼 <광해>는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진정한 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시의성 강한 메시지와 틈틈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이병헌의 코믹 연기는 전 연령층의 사랑을 고루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광해>는 "대중영화의 정석"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추석을 3일 앞두고, 코믹액션 영화 <간첩>이 개봉했지만 <광해>에 밀려 2위로 박스오피스에 진입,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다. 9월27일 개봉한 리암 니슨의 <테이큰 2>가 잠깐 1위를 기록했지만 곧바로 <광해>가 1위를 재탈환했다. <광해>는 10월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2012년 최고의 흥행 영화가 됐다.

2013년

추석: 9월19일
<관상>
<컨저링>

2013년 추석도 사극이다. 역학 삼부작의 시작점이 된 <관상>이 추석 극장가를 휩쓸었다. <관상>은 <광해>처럼 뚜렷한 캐릭터, 코믹과 드라마의 조화 등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일주일 먼저 개봉한 문소리, 설경구 주연의 코미디 <스파이>다. <관상>, <스파이>는 각각 910만 명, 340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추석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비록 관객 수는 <관상>, <스파이>에 못 미치는 220만 명을 동원했지만 100만 명만 넘어도 흥행했다고 여겨지는 공포영화가, 그것도 추석 시즌에 개봉해 이만큼의 성적을 낸 것은 기록적인 행보다. 반면 추석 극장가를 노린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 <슈퍼배드 2>와 블록버스터였던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모두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2014년

추석: 9월8일
<타짜-신의 손>
<비긴 어게인>

2014년에는 사극도, 가족영화도 아닌 현대 배경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1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청소년 관람불가 치고는 잔인한 장면이나 성적 묘사는 덜하지만, 도박을 소재로 한 <타짜-신의 손>이 추석 극장가를 제패했다. 비록 "전편인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는 못 미친다"는 평을 받았지만, <써니>, <과속스캔들>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코믹함을 강화한 <타짜-신의 손>은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타짜-신의 손>과 함께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와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도 추석 극장가를 장식했다. <루시>와 <두근두근 내 인생>은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8월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비긴 어게인>과 경쟁했다. 그중 <비긴 어게인>은 OST와 함께 재조명 받으며,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주행을 보여줬다. <맘마미아!>, <시라노> 등 역주행 사례는 있었지만 <비긴 어게인>처럼 6위까지 밀려났던 영화가 2위로 올라간 것은 드문 경우다. 심지어 9월18일 <메이즈 러너>가 개봉하며 <타짜-신의 손>이 3위로 밀려났을 때도 <비긴 어게인>은 2위를 유지, 최종관객수 340만 명을 기록했다.

2015년

추석: 9월27일
<사도>
<인턴>

2015년 추석은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차지했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세자, 영조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며 짙은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간 추석 시즌에 등장한 사극 중 가장 코미디 요소가 가장 적은 작품이기도 하다. 9월16일 함께 개봉한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하 <메이즈 러너 2>)은 2위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광해>, <관상>이 경쟁작들의 3배가 넘는 관객수를 자랑하며 독주한데 비해, <사도>와 <메이즈 러너 2>는 비교적 골고루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 주 늦게 개봉한 <탐정 : 더 비기닝>이 <메이즈 러너 2>의 뒤를 이어 짧게 2위를 차지했다. 대신 <인턴>이 <비긴 어게인>처럼 역주행을 하며 <탐정 : 더 비기닝>을 추월했다. 쭉 1위를 유지하던 <사도>를 잠깐 추월, 뒤늦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컨저링>부터 <인턴>까지, 3년간 의외의 외화들이 복병 역할을 한 셈이다.

2016년

추석: 9월15일
<밀정>
2016년 리메이크판 <벤허>

<관상>, <사도>의 송강호와 장르의 마술사, 김지운이 만난 <밀정>의 저력도 상당했다. 9월7일 개봉한 <밀정>은 2012년 <광해>처럼 적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사극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은 완벽에 가까운 미술, 스릴러 방불케 하는 긴장감 등으로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함께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디즈니의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밀정>의 흥행은 더욱 부각됐다. 뒤를 이어 9월14일 개봉한 리메이크판 <벤허>가 원작을 추억하는 이들의 호응 속에서 누적관객수 140만 명을 기록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2016년 추석 극장가의 유일한 승자는 <밀정>이라 할 수 있겠다.

2017년

추석: 10월4일
<범죄도시>
<남한산성>

2017년 추석 극장가는 가장 변수가 많았던 때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9월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 2>). <킹스맨 2>는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불구, 흥행가도를 달렸다. 큰 경쟁작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그 뒤를 이은 영화가 10월4일 개봉한 <범죄도시>다. 추석 시즌, 두 편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연달아 1위를 석권한 것은 최초였다. 청소년 관람불가였지만, 두 영화는 찰진 대사와 코미디 요소를 강조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사극 영화인 <남한산성>은 두 영화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누적관객수 380만 명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사극이 강세를 보였던 최근에 비해 의외의 결과였다. <킹스맨 2>, <범죄도시>와 달리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패배 요인인 듯하다. 비록, 추석 극장 접전에서는 패배했지만 <남한산성>은 밀도 있는 대사, 역사를 바라보는 직관적인 시선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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