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추석: 9월14일2008년 추석 시즌 극장가는 9월 첫째 주 개봉한 <맘마미아!>, <신기전>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다퉜다. 밝은 분위기로 '가족애'를 그린 <맘마미아!>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영화겠지만, 추석 연휴 관객들은 한복 입은 국내 배우들을 더 많이 찾았다. 조선의 신무기, '신기전'으로 명나라 군대를 격퇴하는 액션 장면과 애국심 고취시키는 메시지도 한몫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는 동시에, 상황은 역전됐다. 2위에 머물던 <맘마미아!>가 <신기전>으로부터 1위를 탈환했다. 추석 시즌이 끝나며 <신기전>의 관객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 비해 <맘마미아!>는 관객,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흥행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신기전>은 370만 명의 관객을, <맘마미아!>는 4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추석 시즌의 승자는 <신기전>이었지만, 최종 승자는 <맘마미아!>라고 할 수 있겠다. 9월11일 개봉한 <영화는 영화다>는 피 튀기는 현실적인 액션으로 마니아층의 호평을 받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의 이유로 3위에 머물며 소소한 흥행을 기록했다.
2009년
추석: 10월3일2009년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두 영화가 맞붙었다.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종우(김명민)의 사랑을 그린 <내 사랑 내 곁에>,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내 사랑 내 곁에>의 승리. 2008년과는 반대로 사극의 장르적 쾌감, 액션보다는 20kg 체중 감량을 강행한 김명민의 살신성인 연기가 더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두 영화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사실 2009년 추석 은 극장가 비수기였다.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는 각각 210만 명, 16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9월, 10월 개봉 영화 중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한 개도 없을 정도다. 7월 말 개봉한 <국가대표>가 추석이 지나서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중위권에 머무르기도 했다.
2010년
추석: 9월22일극장가 비수기는 2010년 추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큰 흥행작들은 배출되지 않았다. 그중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9월16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이다. 최종관객수 260만 명을 기록한 <시라노>는 특이하게도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흥행가도에 올라갔다. 2008년 <맘마미아!>와 비슷한 셈.
처음 박스오피스 1위를 다툰 작품은 같은 날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이하 <레지던트 이블 4>)와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다. 두 영화는 각각 이전 시리즈의 흥행, 원작의 아성이라는 기대감을 안은 채 정상을 다퉜다. 그러나 <레지던트 이블 4>는 악역들과의 결투만 줄줄이 등장하는 게임 같은 스토리, <무적자>는 어색한 연기와 애매하게 바뀐 설정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반면 <시라노>는 "연애를 조작해준다"는 참신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1위를 석권했다. 그 사이,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슈퍼배드>가 나름 선전하며 <레지던트 이블 4>를 앞지르기도 했다.
2011년
추석: 9월12일2011년은 애매하다. 추석 시즌, 박스오피스를 제패한 영화는 <가문의 영광4 - 가문의 수난>(이하 <가문의 영광4>)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B급 설정을 가득 버무린 <가문의 영광 4>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로 적합했다. 그러나 <가문의 영광4>는 말 그대로 추석 연휴, 반짝 흥행하는 데 그쳤다. 다시 1위 자리를 뺏은 것은 한 달이나 먼저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다. 동시 개봉 혹은 후발주자도 아닌 전달 개봉작에게 밀렸으니 <가문의 영광4>의 승리는 반쪽짜리라 할 수 있겠다. <최종병기 활>의 기세에 밀려, <가문의 영광4>과 함께 개봉한 <챔프>, <통증>, <파퍼씨네 펭귄들> 등의 영화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한 채 내려가야 했다.
2012년
추석: 9월30일2011년의 <최종병기 활>도 있지만, '추석은 사극'이라는 말의 시작점이 된 작품은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인 듯하다. 그만큼 <광해>는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진정한 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시의성 강한 메시지와 틈틈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이병헌의 코믹 연기는 전 연령층의 사랑을 고루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광해>는 "대중영화의 정석"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추석을 3일 앞두고, 코믹액션 영화 <간첩>이 개봉했지만 <광해>에 밀려 2위로 박스오피스에 진입,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다. 9월27일 개봉한 리암 니슨의 <테이큰 2>가 잠깐 1위를 기록했지만 곧바로 <광해>가 1위를 재탈환했다. <광해>는 10월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2012년 최고의 흥행 영화가 됐다.
2013년
추석: 9월19일2013년 추석도 사극이다. 역학 삼부작의 시작점이 된 <관상>이 추석 극장가를 휩쓸었다. <관상>은 <광해>처럼 뚜렷한 캐릭터, 코믹과 드라마의 조화 등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일주일 먼저 개봉한 문소리, 설경구 주연의 코미디 <스파이>다. <관상>, <스파이>는 각각 910만 명, 340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추석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비록 관객 수는 <관상>, <스파이>에 못 미치는 220만 명을 동원했지만 100만 명만 넘어도 흥행했다고 여겨지는 공포영화가, 그것도 추석 시즌에 개봉해 이만큼의 성적을 낸 것은 기록적인 행보다. 반면 추석 극장가를 노린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 <슈퍼배드 2>와 블록버스터였던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모두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2014년
추석: 9월8일2014년에는 사극도, 가족영화도 아닌 현대 배경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1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청소년 관람불가 치고는 잔인한 장면이나 성적 묘사는 덜하지만, 도박을 소재로 한 <타짜-신의 손>이 추석 극장가를 제패했다. 비록 "전편인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는 못 미친다"는 평을 받았지만, <써니>, <과속스캔들>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코믹함을 강화한 <타짜-신의 손>은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타짜-신의 손>과 함께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와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도 추석 극장가를 장식했다. <루시>와 <두근두근 내 인생>은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8월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비긴 어게인>과 경쟁했다. 그중 <비긴 어게인>은 OST와 함께 재조명 받으며,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주행을 보여줬다. <맘마미아!>, <시라노> 등 역주행 사례는 있었지만 <비긴 어게인>처럼 6위까지 밀려났던 영화가 2위로 올라간 것은 드문 경우다. 심지어 9월18일 <메이즈 러너>가 개봉하며 <타짜-신의 손>이 3위로 밀려났을 때도 <비긴 어게인>은 2위를 유지, 최종관객수 340만 명을 기록했다.
2015년
추석: 9월27일2015년 추석은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차지했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세자, 영조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며 짙은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간 추석 시즌에 등장한 사극 중 가장 코미디 요소가 가장 적은 작품이기도 하다. 9월16일 함께 개봉한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하 <메이즈 러너 2>)은 2위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광해>, <관상>이 경쟁작들의 3배가 넘는 관객수를 자랑하며 독주한데 비해, <사도>와 <메이즈 러너 2>는 비교적 골고루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 주 늦게 개봉한 <탐정 : 더 비기닝>이 <메이즈 러너 2>의 뒤를 이어 짧게 2위를 차지했다. 대신 <인턴>이 <비긴 어게인>처럼 역주행을 하며 <탐정 : 더 비기닝>을 추월했다. 쭉 1위를 유지하던 <사도>를 잠깐 추월, 뒤늦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컨저링>부터 <인턴>까지, 3년간 의외의 외화들이 복병 역할을 한 셈이다.
2016년
추석: 9월15일<관상>, <사도>의 송강호와 장르의 마술사, 김지운이 만난 <밀정>의 저력도 상당했다. 9월7일 개봉한 <밀정>은 2012년 <광해>처럼 적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사극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은 완벽에 가까운 미술, 스릴러 방불케 하는 긴장감 등으로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함께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디즈니의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밀정>의 흥행은 더욱 부각됐다. 뒤를 이어 9월14일 개봉한 리메이크판 <벤허>가 원작을 추억하는 이들의 호응 속에서 누적관객수 140만 명을 기록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2016년 추석 극장가의 유일한 승자는 <밀정>이라 할 수 있겠다.
2017년
추석: 10월4일2017년 추석 극장가는 가장 변수가 많았던 때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9월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 2>). <킹스맨 2>는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불구, 흥행가도를 달렸다. 큰 경쟁작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그 뒤를 이은 영화가 10월4일 개봉한 <범죄도시>다. 추석 시즌, 두 편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연달아 1위를 석권한 것은 최초였다. 청소년 관람불가였지만, 두 영화는 찰진 대사와 코미디 요소를 강조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사극 영화인 <남한산성>은 두 영화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누적관객수 380만 명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사극이 강세를 보였던 최근에 비해 의외의 결과였다. <킹스맨 2>, <범죄도시>와 달리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패배 요인인 듯하다. 비록, 추석 극장 접전에서는 패배했지만 <남한산성>은 밀도 있는 대사, 역사를 바라보는 직관적인 시선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