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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디테일 자랑했던 한국영화 속 전투신들
2018-09-28
글 : 김진우 (온라인뉴스2팀 인턴기자) |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디테일 자랑했던 한국영화 속 전투신들


<안시성>



추석 삼파전, 승리는 <안시성>이 차지했다. <안시성>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의 전투신 덕분이다. 스토리, 고증 등에서 부족하다는 평이 있지만, "화려한 전투신만큼은 눈을 사로잡는다"는 의견엔 대부분 동의한다. 그렇다면, <안시성> 외에 화려한 전투신을 자랑하는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강제규 / 출연: 장동건, 원빈, 이은주, 공형진 / 개봉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영화에서 전투신은 사극보다는 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등장했다. 그중 가장 처음 대규모 전투신을 선보인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형제의 드라마를 담은 작품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한국전쟁도 현실감 넘치게 재현했다.



전쟁장면 가운데 가장 처음 등장한 낙동강 전투는 공포 그 자체였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발발한 전투에서 적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빗발치는 총알과 포탄 속에 사방으로 튀는 피와 흙들이 난무했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화면은 혼란과 공포를 더해줬다. 이후 등장한 전투신 역시 섬세한 미술과 화려한 규모를 자랑한다. 폐허가 된 평양을 재현해내는가 하면, 수많은 중공군을 CG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영화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의 감정을 담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빠르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도 형제의 모습만은 세세한 표정, 동작 하나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모두 잡은 <태극기 휘날리며>는 <실미도>에 이어 두 번째 천만영화가 됐다.



<고지전>


감독: 장훈 /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김옥빈, 류승룡 / 개봉 2011년




<고지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님은 먼곳에>, <웰컴 투 동막골>, <포화속으로> 등의 영화가 한국전쟁 속 여러 인물들을 그렸다. 그러나 가장 화려한 전투신을 뽐낸 것은 2011년 개봉한 <고지전>이다. <고지전>의 전투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고지'라는 지형을 적극 반영했다. 가파른 경사를 기어오르며 전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고통은 배로 다가왔다. 전투신에 빈번히 등장하는 빠른 컷 전환 대신, 부드럽고 느리게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카메라 무빙은 이를 더 부각시켰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 중공군과의 전투신도 인상적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번개와 함께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중공군. 그들은 개미 떼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숫자로 돌진한다. 공포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블랙아웃·인(화면이 검게 꺼졌다 켜지는 편집 기법)을 활용한 연출은 중공군의 '인해(人海)전술'을 더 극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의 절정인 마지막 전투에서는 피와 살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전쟁의 참상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마이웨이>


감독: 강제규 / 출연: 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 김인권 / 개봉 2011년




<마이웨이>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다시 전쟁영화를 택했다. 다만, 이번에는 무대를 한국에서 전 세계로 바꿨다. 2차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군 장교 타츠오(오다기리 죠)와 조선 청년 준식(장동건)의 대립과 우정을 그린 <마이웨이>. 영화는 12000Km를 넘나드는 광활한 국가들을 넘나든다.



몽골 사막, 눈이 휘몰아치는 시베리아, 노르망디 해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전투가 펼쳐진다. 계절, 전술 등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설정들도 다양하다. 이를 자랑하듯,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자제했던 익스트림 풀샷(하늘에서 광활한 전경을 찍는 것)도 빈번히 등장한다. 일본군, 러시아군, 독일군 등 각 부대의 특성에 맞는 언어, 군복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비록 흥행에는 부진했지만 <마이웨이>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물었던 다채로운 전투가 등장, 한국 전쟁영화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영화였다.



<명량>


감독: 김한민 /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진구, 이정현 / 개봉 2014년




<명량>


사극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전투신을 보여준 영화는 현재까지도 역대 최다 관객수를 지키고 있는 <명량>이다. <명량>의 전투에서 스케일을 담당한 것은 왜군의 함대다. 12척의 배로 300척의 왜선을 막아냈다는 설정만큼, 왜선의 등장은 웅장했다. 영화는 이와 상반된 조선의 적은 배와 인물들의 두려움을 보여주며 격차를 부각했다.



해전이 가지는 특성도 화려함을 더했다. 주로 칼이 맞붙는 육상전과 달리 화포, 총, 활이 오가는 전투는 현대전에서 못지않게 화약 냄새가 진동했으며, 암초와 해류를 이용한 전술 등 여타의 한국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도 담겼다. <명량>은 역대 전쟁영화 중 하나의 전투가 가장 길게 그려진 영화기도 하다. 중반부터 그려지는 명량대첩은 무려 1시간 동안 이어진다. <명량>은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대신, 압박감을 느끼는 이순신의 내면과 명량대첩 하나에 초점을 맞췄다. '선택과 집중'의 성공적 사례다.



<남한산성>


감독: 황동혁 /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 개봉 2017년




<남한산성>


안타깝게도 대규모 전투신이 등장한 사극은 <명량>이 전부인 듯하다. <대립군>, <최종병기 활>, <군도:민란의 시대> 등에서도 전투신이 등장하긴 했지만, '대규모'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개중 하나를 꼽자면, <남한산성>을 들 수 있겠다. 명배우들의 치열한 설전을 구경할 수 있었던 <남한산성>이지만, 말 대신 칼을 들고 적들을 막아내는 이들의 모습도 종종 등장했다.



대규모라는 말이 어색한 이유는 압도적인 전력 차로 막기 급급한 조선의 군대가 부각돼서 일 수도 있겠다. 화포, 기마부대 등으로 밀어붙이는 청의 군대 앞에서 조선의 군대는 초라할 뿐이다. 게다가 부족한 상관의 오판까지 더해지며, 조선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비록 패배했지만, 치욕의 역사를 여과 없이 담아낸 것으로 호평을 받은 <남한산성>에 어울리는 전투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