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안시성> 남동근 촬영감독 - 한국 사극 액션의 새로운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
2018-10-01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박배종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12년 만의 신작 <조작된 도시>를 연출하면서, 장편영화는 처음인 남동근 촬영감독을 기용했다. 90년대 후반부터 150여편의 뮤직비디오와 1천여편에 달하는 광고촬영으로 잔뼈가 굵은 그의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다. 박배종 감독이 그 가능성에 ‘모험’을 걸었다면, <안시성>의 김광식 감독은 그 모험에 ‘확신’을 더했다. 총제작비 220억원, 촬영기간 7개월, 97회차의 사극 액션 블록버스터 <안시성>의 비주얼을 진두지휘할 촬영장의 ‘눈’으로 남동근 촬영감독은 절대적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 전쟁 사극의 또 다른 레퍼런스를 만들자는 각오로 접근했다”는 남동근 촬영감독은 “인물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영화 속 전투인 공성전을 제대로 스크린에 구현하는 것이 큰 목표였다”고 전한다. 총 135분의 러닝타임 중 액션 신만 영화의 1/3을 훌쩍 넘는 50여분. 1차 주필산 기마전투를 시작으로, 2차 공성전, 3차 야간 공선탑 전투, 마지막으로 토전전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색깔을 가진 <안시성>의 네번의 전투는 주인공 양만춘(조인성)과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레퍼런스를 찾고자 “전세계 사극 액션물은 거의 다 찾아봤다”는 그는 “리들리 스콧의 <킹덤 오브 헤븐>(2005)이 재현한 규모감이나, 가이 리치의 <킹 아서: 제왕의 검>(2017)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스타일”에 착안했다고 말한다.

12m 높이의 안시성 풍경을 담기 위해 촬영장 높이를 6m 높이로 축조하는 작업을 했다. 스카이워커(사축 와이어캠)로 촬영장 어디든 구석구석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로봇암, 팬텀 고속 카메라 등 특수장비를 사용했고, 이렇게 사용된 장비의 물량만 보통 사극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공성탑이 불타는 장면은 한꺼번에 10여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안시성 전투를 찍느라 스탭들 역시 전사가 되어야 했다”고 할 정도로 매일이 전투 같았던 현장이다. 연극영화과를 거쳐 대학원에서 촬영을 전공한 남동근 촬영감독은 비주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자부심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왔다. “인생 살면서 촬영 하나는 자신 있다”는 그는 “유영길, 로저 디킨슨 촬영감독의 ‘안정적인 표현력’에 늘 감탄한다”며 “촬영이 돋보이기보다 영화의 내러티브에 녹아나는 비주얼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르테미스

<안시성>을 작업하는 동안 남동근 촬영감독은 태블릿PC와 뷰파인더 앱인 ‘아르테미스’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24시간 촬영 생각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태블릿PC 안에는 콘티부터 시작해서, 레퍼런스로 삼았던 작품이 다 있고, 아르테미스 앱으로 항상 앵글을 체크했다.” 말 그대로 촬영만을 위한 ‘아름다운 구속’이다.

2018 <안시성> 2016 <조작된 도시> 2015 단편 <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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