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매번 히트작을 만들어낸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의 만남, 약 400억의 제작비, 이병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김태리의 드라마 데뷔작, 넷플릭스와의 만남까지. 방영 전부터 가지각색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종영했다.
의병을 소재로 20세기 초 위기의 조선을 다룬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빈틈이란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의 명연기. 개성 강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 스크린 활동까지 병행하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을 선보인 최무성, 이정은, 조우진 등 굵직한 조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그들과 함께, 얼굴은 익숙했지만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거나 얼굴마저 새로운 신예 배우들이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미스터 션샤인> 속 신스틸러 배우들의 이력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김남희 | 모리 타카시 역
유진 초이(이병헌)의 친구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조선을 집어 삼키려는 시커먼 속을 지니고 있었던 일본 육군 대좌. 방해되는 이라면 눈 하나 깜빡 않고 처리하는 악역 모리 타카시는 김남희가 연기했다. 매회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던 캐릭터. 매끄러운 일본어 실력은 물론, 어눌한 영어, 한국어 발음으로 배역의 리얼리티를 높인 그의 연기는 ‘실제 일본인인 줄 알았다’는 극찬을 받기 충분했다. 2012년 영화 <시련>을 통해 스크린 데뷔를 치른 김남희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 위를 오가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다졌다. 눈여겨볼만한 그의 출연작이라면 드라마 <도깨비>. 과로사로 자신이 죽은지도 모르고 응급실에서 환자를 살리려 애쓰던 의사 망자로 짧게 등장했다.
이시아 | 유진 엄마 역
드라마 방영 중 단 두회분에 등장했지만 어느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이시아는 어린 아들 유진 초이(김강훈)의 목숨을 구하고자 제 목숨을 버린 그의 어머니를 연기했다. 2013년 드라마 <구암 허준>을 통해 연기 데뷔를 치른 이시아는 그 이전 아이돌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1년 데뷔한 걸그룹 치치의 멤버로 활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중간에 그만 두었다고. 배우로 전업한 이후로는 드라마 <시그널> 속 이재한(조진웅)의 첫사랑, 영화 <루시드 드림> 속 대호(고수)의 동생으로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추석 시즌 개봉한 영화 <협상>에선 키포인트를 쥔 인물 현주를 연기한 그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시아의 차기작은 <사자>다. 강력계 형사로 변신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 박해진과 호흡을 맞춘다.
이정현 | 츠다 역
얼굴만큼은 그 누구보다 익숙한 배우. 사사건건 유진 초이(이병헌)와 부딪치던 일본군 츠다를 연기한 이정현은 <미스터 션샤인>이 낳은 스타 중 하나다. 말투, 눈빛을 비롯한 모든 연기가 비열한 에너지로 차 있어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었던 인물. <위험한 상견례2>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이정현은 이후 <오빠생각> <리얼> <군함도> <아이 캔 스피크>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박열>이다.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하던 자경단 일원으로 출연해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였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 역시 이 작품 속 그의 모습을 보고 러브콜을 보냈다고.
장동윤 | 준영 역
편의점 강도를 잡은 사건으로 뉴스에 나왔다가 현 소속사로부터 배우 제안을 받은 장동윤은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단번에 주연으로 뛰어올라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학교 2017>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장동윤은 의병 활동을 위해 무관 학교에 입학한 준영을 연기한다. 뛰는 것조차 어색했던 양반에서 흐트러짐없이 총기를 다루는 군인이 되기까지, 드라마틱한 변화가 눈에 띄는 인물이다. 장동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영화 속에선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찾아가는 젠첸을 연기했다. 그의 엄마는 이나영이 연기한다.
김중희 | 이덕문 역
애신(김태리)의 형부이자 친일파 이완익(김의성)의 수족으로 얄미운 일은 다 저지르고 다녔던 악역. 이덕문은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 칭호를 얻은 바 있는 배우 김중희가 연기했다. 유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김중희는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에서 일본어 통역 스탭으로 활동하다 단역으로 캐스팅되어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작품은 <군함도>. 김중희는 군함도에 머물며 조선인들에게 각종 횡포를 일삼던 야마다를 연기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광기 어린 웃음이 인상 깊던 캐릭터다. 김중희의 새로운 캐릭터는 최근 개봉한 <물괴>에서 만나볼 수 있다. 권력을 쥔 세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 백성, 막개를 연기했다.
김인우 | 이토 히로부미 역
일본 배경 작품에 빠지지 않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인우다. <미스터 션샤인>의 최종 보스,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김인우는 재일동포 3세 배우다. 일본에서 배우 생활을 하다 <파이란>과 <집으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고,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에 출연하며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김인우는 그간 <마이웨이> <깡철이> <미스터 고> <덕혜옹주> <아가씨>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야쿠자, 해설자, 일본 대사 등 가지각색 유형의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역할은 <암살> 속 독립군을 돕던 주유소의 기무라, <동주>에서 동주를 구석으로 몰아넣던 고등 형사, 군함도를 손에 쥐고 흔들던 <군함도> 속 시마자키 다이스케가 아닐까. 최근 <박열> <허스토리>에서는 출연 뿐만 아니라 대사 번역과 일본어 교육까지 함께했던 능력자다. 일본인 캐릭터라는 좁은 범위 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그. 다음 연기를 늘 기대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