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열일하는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다양한 캐릭터들
2018-10-04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이완 맥그리거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이하 <곰돌이 푸>)로 돌아왔다. <곰돌이 푸>는 이완 맥그리거의 72번째 출연작이다. 많은 영화들에서 틈틈이 모습을 비췄던 그지만, 70건이 넘어가는 그의 작품 수가 새삼 놀랍다. 1992년 <고모론>으로 영화 데뷔 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지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 <곰돌이 푸>의 개봉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오간 그의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트레인스포팅>

랜턴 역
<트레인스포팅>

이완 맥그리거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다. 그가 연기한 랜턴은 늘 마약에 찌들어 사는 청년이다. 그와 친구들에게 마약, 도둑질, 사기 등은 이미 일상이다. 심지어 마약이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되고, 친구의 아이가 죽는 등의 사건도 발생하지만 랜턴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거운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의 분위기처럼 랜턴 역시 철없고 가벼운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 20년이 지난 시점을 그린 <T2: 트레인스포팅 2>가 제작되기도 했다. 물론 랜턴과 친구들은 여전히 철없는 어른 아이로 등장한다.

<벨벳 골드마인>

커트 와일드 역
<벨벳 골드마인>

1970년대 영국을 강타한 '글램록'을 소재로 한 <벨벳 골드마인>. 글램록은 성의 경계를 허무는 화장, 패션과 파격적인 퍼포먼스 등으로 유명했던 음악이다. 주인공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도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중 커트 와일드는 '제멋대로'라는 말에 정확히 부합한 모습. 라이브 공연에서 걸친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무대를 기어 다니는 등 그는 당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브라이언과 상반된 짐승 같은 매력을 뽐내며 록의 반항정신을 몸소 보여준 캐릭터다.

<스타워즈> 시리즈

오비완 캐노비 역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트레인스포팅>, <벨벳 골드마인> 등의 작품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이완 맥그리거는 블록버스터로 눈을 돌린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스타워즈> 시리즈다. 그가 연기한 젊은 날의 오비완은 원년 시리즈 속 알렉 기네스의 오비완과 달리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1편에서는 제다이 마스터가 되기 전의 청년 오비완을, 2·3편에서는 덥수룩한 수염과 함께 연륜 넘치는 오비완을 연기하며 다양한 연령층을 표현했다. 3편인 <시스의 복수>에서 제자였던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 훗날의 다스베이더)과의 대결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아일랜드>

링컨 6-에코 역
<아일랜드>

이완 맥그리거는 <시스에 복수>에 이어 곧바로 다시 블록버스터 영화인 <아일랜드>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가 연기한 링컨 6-에코는 장기적출, 태아 등을 위해 인공적으로 생산된 복제인간이다. 그는 다른 복제인간들처럼 조적된 기억, 통제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삶에 의문을 품고 최초로 탈출을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처음 접하는 사회의 문물들로 혼란, 놀라움 등을 느낀다.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로봇들은 많은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복제인간이라는 점이 독특했던 캐릭터다. 이완 맥그리거는 복제인간의 모체까지, 1인 2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물랑 루즈>

크리스티앙 역
<물랑 루즈>

사랑에 빠진 그의 맑은 눈빛도 빠질 수 없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 루즈>에서 이완 맥그리거는 "오직 사랑뿐"을 외치는 시인, 크리스티앙을 연기했다. 그는 뮤지컬 가수 샤틴(니콜 키드먼)에게 첫눈에 반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샤틴은 처음에는 그를 거부했지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그와 결국 사랑에 빠진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장기인 뮤지컬,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구성은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줬다.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의 출중한 노래 실력까지 볼 수 있었다.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
<빅 피쉬>

포기를 모르는 이완 맥그리거의 사랑은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에서도 이어진다. 그가 맡은 젊은 날의 에드워드 블룸은 우연히 마주친 산드라(알리슨 로먼)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3년 동안 서커스 단원으로 일하고, 만 송이의 수선화를 준비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을 정도의 애정공세를 펼치지만, 진실 어린 눈빛과 행동을 보여주는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이외에도 청년 에드워드 블룸은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자랑했다. 사실 그는 노년의 에드워드 블룸의 모험담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의 소유자인데. <빅 피쉬>는 팀 버튼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잔뜩 묻어났지만, 청년 에드워드 블룸의 캐릭터만으로 판타지임을 증명한 영화다.

<유령 작가>

대필 작가 고스트 역
<유령작가>

이완 맥그리거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유령 작가>로 스릴러에서도 기량을 발휘했다. 그는 전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자서전 대필 작가, 일명 '고스트'를 연기했다. 그는 자서전을 완성하던 중 아담을 둘러싼 음모가 있는 것을 감지, 이를 파헤치려 한다.

<유령 작가>는 정치집단의 음모와 비밀을 그린 영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고스트에게 할애했다. 그만큼 닿지 않는 진실 주위에서 맴도는 고스트의 답답함, 불안 등을 강조했다. 고스트는 단 한 번도 분노, 공포 등 커다란 감정의 격양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늘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그의 모습은 터질 듯 말 듯 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여러 스릴러 영화에서 빈번히 사용된 빠른 컷 전환 대신 대사 위주의 느린 호흡을 택한 영화지만, 그만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볼 수 있었다.

<필립모리스>

필립 모리스 역
<필립 모리스>

천재 탈옥수 스티븐 러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필립모리스>에서 이완 맥그리거는 짐 캐리와 함께 게이 커플로 출연했다. 영화는 스티븐(짐 캐리)이 연인인 필립(이완 맥그리거)와의 사랑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탈옥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필립은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의 스티븐과 달리, 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모습이 코믹한 상황과 맞물려 웃음을 유발한다. 독방이 갇힌 상황에서도 필립의 얼굴을 떠올리는 스티븐. 고상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그가 떠올린 필립의 예쁜 미소는 실소를 자아냈다.

<더 임파서블>

헨리 역
<더 임파서블>

2004년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 <더 임파서블>에서 이완 맥그리거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온 헨리를 연기했다. 재난 발생 과정이 중심이 되는 여타의 재난영화와는 달리, <더 임파서블>은 그 이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쓰나미가 휩쓸고 난 후, 떨어진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가족들을 찾아 헤매는 헨리의 심리도 독특하다. 히어로급 체력과 정신력으로 가족들을 지키는 숱한 재난영화 속 '아버지'캐릭터와 달리, 헨리는 두려움, 불안에 사로잡힌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등장한다. 전화를 붙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끼는 그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운 심리 속에서도 가족을 위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가 담은 가족애를 더욱 부각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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