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DCEU의 신작 <아쿠아맨>이 개봉한다. 곧이어 내년 봄과 가을에 <샤잠!>과 <원더우먼 1984>가 개봉할 예정이다. 플래시의 솔로 영화인 <플래시 포인트>, 할리 퀸과 DC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운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블랙 호크> 등 제작을 확정 지은 작품들까지, DCEU의 새로운 작품들이 DC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DCEU는 슈퍼 히어로가 지닌 책임감에 대한 고찰과 고뇌에 포커스를 맞춰 어둡고 묵직한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해외매체 <슬래시필름>은 이런 DC의 개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슬래시필름>에선 DC를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캐릭터들을 소개했다. 일명 ‘DC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10. 부스터 골드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는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다. 부스터 골드는 그와 거리가 멀다. 25세기, 잘 나가는 미식축구 선수였으나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된 마이클 존 카터. 그는 히어로 역사 박물관에서 온갖 장비를 훔친 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인 20세기에 정착한다. 20세기에서 그는 미래에서 본 사건 사고를 미리 예지하고 방지하며 히어로로 거듭난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선량한 마음보단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히어로 업무를 수행하는 캐릭터니 현 DCEU의 가치관과 가장 동떨어지면서 가장 색다를 캐릭터가 되시겠다.
9. 플라스틱 맨
도둑질을 위해 화학약품 공장에 간 엘 오브라이언. 그는 알 수 없는 물질이 든 약품 통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이후 신체 변형 능력과 탄성을 지닌 히어로 플라스틱맨이 된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속 루피, <인크레더블> 시리즈 속 일라스티 걸과 비슷한 능력. 자신의 시그니처인 고글을 벗으면 앞을 잘 볼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플라스틱맨은 DC 버전 데드풀이다. 쉴 새 없는 농담과 개그를 일삼는 캐릭터. DCEU에 합류하게 된다면 저스티스 리그 일원들의 진지함을 중화시켜줄 포지션을 담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8. 자타나
자타나는 마법 능력을 지닌 히어로 겸 마술사다. 마법사 조반니 존 자타라와 신델라 자타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타나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슈퍼 히어로 세계에 발을 디딘 캐릭터다. 슈퍼 히어로라기엔 다소 낯선 마법사 코스튬이 인상 깊은 캐릭터. 언제 어디서든 히어로로 의심받지 않고 제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실용성 최대 코스튬을 지녔다. 마법사인 일반인인지, 마법 능력을 지닌 히어로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자타나는 DCEU가 지닌 미스터리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해낼 캐릭터다.
7. 데미안 웨인
이름이 꽤 익숙하다고? 맞다. 데미안 웨인은 브루스 웨인, 배트맨과 탈리아 알 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둘의 유전자를 이용한 인공 배양을 통해 태어난 캐릭터. 날 때부터 암살자로 자란 터라 훌륭한 전투 실력을 지니고 있다. 데미안 웨인은 매사 침착한 브루스 웨인과 정반대의 설정을 지녔다. 매사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며 버릇없고 거친 일상을 보내는 소년. 고전적 사고방식을 뒤튼 캐릭터 설정이 DCEU에 신선함을 불러올 건 당연해 보인다. 데미안 웨인이 로빈이 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날 과정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터다.
6.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는 히어로 애로우와 플래쉬의 서사에 등장한 빌런과 사이드 캐릭터가 총집합한 작품이다. 미래에서 온 타임 마스터가 개성 강한 슈퍼 히어로와 악당들을 한 팀으로 꾸려 악당에 맞서 지구 수호에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 DC 유니버스의 온갖 캐릭터가 총출동한 이 작품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가 지닌 코믹스의 멀티버스, 크로스오버 컨셉에 DCEU 역시 흥미를 보인다면 캡틴 콜드, 히트 웨이브, 아톰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대형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드라마에서만 보기엔 아깝다는 평이다.
5. 포이즌 아이비
포이즌 아이비는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한 바 있다. 조지 클루니를 배트맨으로 앞세운 이 영화는 폭망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포이즌 아이비만은 다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포이즌 아이비는 DCEU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가장 적합할 캐릭터다. 현 DC에서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 할리 퀸(마고 로비)과 나란히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기에 더없이 적합할 캐릭터고, 포스트 <다크 나이트> 감성의 영화 속 빌런이나 안티 히어로로 활약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일 캐릭터다.
4. 마샨 맨헌터
과자 오레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녹색 화성인. 드라마 <슈퍼걸>에 등장해 인지도를 높였던 마샨 맨헌터는 존 존스란 이름을 지닌 화성인이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진지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마샨 맨헌터는 슈퍼맨에 버금가는 신체 능력을 지닌 저스티스 리그의 인재다. 폭력과 대량 학살을 벗어나기 위해 지구로 온 캐릭터. 현대인이 처한 위기를 반영해낸 캐릭터라는 점에서 눈이 간다. 지금 만나기에 더없이 적절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
3. 미드나이터와 아폴로
브로맨스가 대세인 시대.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 배트맨과 캣우먼만큼 위대한 러브라인을 자랑하는 DC 커플로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미드나이터와 아폴로는 언뜻 배트맨과 슈퍼맨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외형 역시 그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관계에서보다 이들의 관계에서 더 특별한 점을 꼽자면 두 히어로는 결혼한 사이라는 것. 미국 코믹스 역사에서 최초의 동성 결혼 장면을 만들어낸 히어로들이다. 불타는 사랑만큼이나 폭력적으로 묘사되는 히어로들의 액션 신 역시 주목할만하다.
2. 캡틴 캐럿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 로켓 라쿤(브래들리 쿠퍼)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함께 모험하며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렇다면 로드니 래빗, 우주 당근을 먹고 무적 히어로가 된 DC의 캡틴 캐럿 역시 DCEU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캡틴 캐럿은 DC 코믹스 멀티버스(다양한 차원의 지구를 다룬 코믹스)의 지구-26에 등장하는 히어로다. 의인화된 동물 세계의 캡틴. 토끼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어떤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이 지닌 무기다.
1. 배트맨
갑자기 웬 배트맨이냐고? 어둡고 우울한 배트맨은 현 DC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트맨이 엄근진의 대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1960년대 배트맨을 떠올려보자. 무고한 시민들이 다칠까봐 폭탄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자신의 한쪽 다리를 노리는 상어를 물리치기 위해 로빈에게 상어 퇴치용 배트 스프레이를 요구하는 배트맨은 개그 캐릭터 그 자체였다. <레고 배트맨 무비> 속 자기애 강한 배트맨 역시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호아킨 피닉스가 창조해낸 각기 다른 조커가 있는 것처럼 색다른 배트맨 영화도 나올 수 있는 법. 재미있는 배트맨의 등장이 DC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