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씨네21>과 나이가 같다. 그리고 올해도 공식 데일리를 발행하기 위해 일찌감치 이화정, 이주현, 김성훈, 송경원, 임수연 기자가 부산으로 향했다. 개막일에 발행되는 1호를 시작으로 영화제 내내 부산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주말경 태풍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영화제측은 해운대에서 치러지는 비프빌리지 행사를 센텀으로 옮겨오면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저 무사히 뜨거운 축제의 주말을 보내길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한동안 영화제를 떠나 있던 이용관 이사장, 그리고 역시 지난 2년여 동안 ‘야인’으로 지냈던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함께 복귀하며 치르는 첫번째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화합과 정상화,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 외에 기존의 김영우, 남동철, 박도신, 박진형 프로그래머에 더하여 남경희 월드영화 프로그래머, 성지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허경 와이드앵글 프로그래머도 가세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남포동에서 열리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커뮤니티 비프’와 블록체인 도입이라는 다소 먼발치에 있는 것 같은 이벤트들의 조합이다. 특히 이용관 이사장은 영화제가 블록체인 구조로 운영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그것이 영화제의 소통 문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라 얘기해왔다. 블록체인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도 이참에 공부할 요량이다. 더불어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추모 다큐멘터리에도 눈길이 간다. 궁극적으로는 영화의전당 내에 ‘지석영화연구소’(가칭)를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아시아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나가는, 말 그대로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다. 그와 더불어 한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했던 여러 영화계 단체와 투자·배급사들도 부산에서 일제히 각종 파티를 열기로 했다. 아직 부산으로 떠나기도 전인데 말뿐인 약속이라도 ‘부산에서 만나자’는 약속만 늘어가고 있다.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를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추석 합본호와 그다음 잡지(추석 연휴 전에 작업을 끝내지만, 발행일을 기다려 연휴 직후 인쇄되는 잡지)를 연달아 미리 만들고 연휴를 보내는 주간지의 슬픈 운명일 텐데, 이미 지난 1174호를 만들며 <암수살인>에 관한 긴 리뷰와 김태균 감독 인터뷰까지 작업을 끝낸 다음, <암수살인>의 소재가 됐던 실제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유족의 동의가 없는 상영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영화 배급사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작업을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원칙과도 배치되는 사건을 접하면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지난 1일 피해자 유가족측 소송대리인이 “영화 제작사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히면서, <암수살인>은 예정대로 10월 3일 개봉하게 됐다. 이번호에 실린,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황기석 촬영감독의 <암수살인> 포토 코멘터리도 사실상 그전에 작업이 끝난 기사였기에 더 조마조마했다. 아무튼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부산으로 떠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