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 용씨네 PICK 세 번째 작품으로 이지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쓰백>이 선정됐다. 연초에 2018년 개봉을 목표로 하는 기대작을 소개하는 ‘한국영화 톱 프로젝트16’ 특집 기사에서 <미쓰백>을 소개한 바 있던 <씨네21>이기에 더 반가운 자리였다. 10월 2일, CGV용산아이파크몰 11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는 주성철 편집장, 김소미 기자가 진행을 맡고 이지원 감독이 참석했다.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제외하면 처음 가지는 공식적인 GV여서 조금 긴장된다. 공들여 완성한 영화를 나룻배에 태워 드디어 강물에 띄워보내는 심정”이라고 진솔한 첫 인사말을 던졌으며, 이어 주성철 편집장과 김소미 기자의 간단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주성철 편집장은 “관심 있게 지켜봐 온 영화인데, 무척 뭉클하고 묵직한 결과물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으며, 김소미 기자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성과 학대당하는 아이의 결연한 연대를 뜨거운 감성으로 돌파해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미쓰백>은 어린 시절 학대당했던 경험과 전과 경력을 안고 꿋꿋이 살아남은 인물 백상아(한지민)와 무책임한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 지은(김시아)이 우정을 쌓고 서로를 지켜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를 착안한 계기를 묻는 주성철 편집장의 질문에 이지원 감독은 “5~6년 전, 준비하던 영화가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당시에 살던 이웃집에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앞으로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기관의 협조를 얻어 실제 사례를 취재하는 과정에도 주의를 기울였다”는 감독은 자료 조사 과정에서 <미쓰백>에 반영된 아동학대 사례의 주요 특징들을 묻는 김소미 기자의 질문엔 “당사자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주성철 편집장과 김소미 기자는 “연기 변신을 보여준 배우 한지민을 비롯해 신인 김시아의 발견,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2014)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권소현 그리고 이희준, 김선영, 장영남, 백수장까지 <미쓰백>은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지민의 재발견 혹은 재탄생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에 감독은 “사석에서 우연히 만난 한지민 배우는 기존과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올 블랙’으로 차려입고, 마치 일수 가방처럼 클러치를 쥔 모습에서 예상 못한 아우라를 느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미쓰백 캐릭터를 존 카사베츠의 영화 <글로리아>(1980) 속의 글로리아(지나 롤랜즈)에 비유했다. “고목처럼 주름이 각인된 표정을 통해 인물이 거쳐온 나날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길 바랐다.” 이지원 감독은 제각기 살뜰하게 역할을 소화해낸 여러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상아를 학대했던 친모 역의 장영남 배우는 적은 분량임에도 영화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강렬한 캐릭터다. 장영남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촬영 초기에 진행하면서 모두가 눈물을 쏟았고, 덕분에 상아의 감정선이 쭉 유지됐다. 상아를 사랑하는 형사 장섭(이희준)의 누나를 연기한 김선영 배우는 애초엔 ‘밥은 먹었니?’ 정도였던 대사를 재해석해 상상도 못했던 코믹한 애드리브를 내놓기도 했다.” 주성철 편집장은 장섭 캐릭터를 <미쓰백>의 중요한 성취로 꼽았다. “갈등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미쓰백이 돋보이도록 물러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 속 드문 남성 캐릭터다.” 이지원 감독은 “일부러 성별 차이를 의식하진 않았지만, 여성 인물을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남성 인물이 있다는 것은 감독인 나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부분이 아닐까. 여러 고통 속에서도 장섭만은 관객과 함께 희망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지닌 존재로 남기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후반부에 주미경 역의 권소현 배우가 깜짝 등장해 장내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미경은 지은의 친부인 일곤(백수장)의 내연녀다. “아동학대를 저지른다는 점에서는 여지없이 범죄자이지만, 캐릭터를 다루는 감독의 윤리적 고민을 통해 악역으로 소비되지 않는 인물”이라는 김소미 기자의 말처럼, 미경은 관객으로 하여금 복잡한 심경을 일으킨다. 권소현 배우는 “모두의 이웃집에 있을 법한 평범한 누군가처럼 보이기 위해 최대한 일상적인 외양을 추구했다”고 배역에 임했던 과정을 밝혔다. “스크린 데뷔작인 <마돈나>와 최근 개봉작 <암수살인>에서 모두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했는데, <미쓰백>에선 피의자가 되어 반대의 입장을 연기하게 돼 묘한 체험이었다.”
예정에 없던 배우의 방문으로, 이날은 객석의 질의응답 열기 또한 뜨거웠다. 빈티지하고 화려한 미쓰백의 의상을 비롯해 반복되는 미장센 등 영화의 세부를 짚어내는 관객의 또렷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지원 감독은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도 오래 영화를 찍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씨네21> 또한 <미쓰백>처럼 힘 있는 데뷔작을 응원하고, 여성감독들의 유의미한 성취 앞에 눈 밝은 관객이 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예정이다.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용씨네 PICK은 앞으로도 매달 진행되며, <씨네21> 독자 인스타그램과 CGV 홈페이지 모바일 앱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