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이름들을 읊어보자.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디 레드메인, 톰 히들스턴, 니콜라스 홀트, 톰 하디… 모두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팬덤을 형성한 영국 남성 배우들이다. 이들 이후 입덕할 신선한 뉴페이스 배우를 찾고 있던 관객이라면 주목하시길. 최근 극장가에서 온몸으로 세대교체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영국 남성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하나같이 할리우드 대형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금 바로 눈여겨봐야 할 이름들을 소개한다.
빌리 하울
<체실 비치에서>는 빌리 하울의 빈틈없는 연기력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옥스퍼드 반핵 운동 강연실의 문에 삐딱하게 기댄 빌리 하울, 그의 깊은 눈을 보고 반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극 속에서 그가 연기한 에드워드는 역사학과의 수석을 차지한 수재였지만 실제 빌리 하울은 학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교사인 부모님 아래서 자란 빌리 하울은 고리타분한 학업에 집중하기보단 춤과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지역 극장에서 일하길 택했다.
극단에 들어가 연기 경력을 쌓은 빌리 하울은 2014년 드라마 <뉴 월드>를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후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글루>, 애거사 크리스티의 단편을 각색한 드라마 <검찰측 증인>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영화 데뷔작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다. 첫사랑과의 기억에 자신의 지질한 합리화를 덮어씌우는 토니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덩케르크> 속 하사관 역으로 짧게 출연하기도 했다.
빌리 하울은 유독 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과 연이 깊었던 배우다. 글로 표현된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빈틈없이 묘사해내는 그의 탁월한 재능 덕이다. <갈매기> 역시 안톤 체호프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빌리 하울은 젊은 극장가 지망생 콘스탄틴을 연기한다. <체실 비치에서>에서 호흡을 맞췄던 시얼샤 로넌과 다시 한번 로맨스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니엘 칼루야
지난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겟 아웃>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다니엘 칼루야는 올해로 데뷔 12년 차를 맞은 배우다. 그의 데뷔작은 영국 내 흑인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던 영화 <슛 더 메신저>. 이후 다양한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다 드라마 <스킨스>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연기뿐만 아니라 작가로도 합류했던 능력자. 두 편의 에피소드에서 메인 작가로 활약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이후 그는 <쟈니 잉글리쉬2: 네버 다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히 다진 연기 내공으로 <겟 아웃>의 주연 자리를 오디션 현장에서 바로 따냈고, 단번에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성과를 거뒀다. 그의 진정한 활약은 올해부터 시작된 듯하다. 올해 초 <블랙 팬서>에서 티찰라의 충성스러운 2인자 와카비를 연기하며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입성한 다니엘 칼루야는 줄줄이 이어진 세 편의 차기작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쏟아진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그중에서도 화제작으로 손꼽혔던 작품은 <위도우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신작으로 비올라 데이비스, 엘리자베스 데비키, 미셸 로드리게즈와 함께 리암 니슨, 콜린 파렐 등 할리우드의 알아주는 배우들이 한데 모인 작품. 다니엘 칼루야 역시 스티브 맥퀸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작품 속 핵심 사건에 연루된 보스의 동생 야템을 연기한다.
칼럼 터너
첼시 FC의 광팬으로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던 칼럼 터너는 거리에서 만난 에이전시 관계자로부터 데뷔를 제안받아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모델 데뷔 이듬해인 2011년부터. 작은 역으로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드라마 <리빙>에 출연하고서부터다. 중년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아론을 연기하며 신인답지 않은 강렬함을 선보였다.
이후 칼럼 터너는 <퀸 앤드 컨트리> <글루> <전쟁과 평화>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어쌔신 크리드> <리빙보이 인 뉴욕>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차차 넓혀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배우로 활동하며 두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칼럼 터너는 신인 시절부터 에디 레드메인의 닮은 꼴로 유명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그가 뉴트(에디 레드메인)의 형인 테세우스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팬덤이 환호한 이유 중 하나도 그 덕일 터. 칼럼 터너가 연기한 테세우스는 영국 마법부 소속의 오러인 강력한 마법사다. 에디 레드메인의 형을 연기하지만 실제론 칼럼 터너의 나이가 8살이나 더 어리다.
조 알윈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이미 그의 얼굴을 알아챘을 것. 조 알윈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인이다. 2016년 데뷔와 동시에 굵직한 작품에만 연이어 얼굴을 비친 능력자 신인이기도 하다. 브리스톨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배우에 대한 꿈을 굳힌 조 알윈은 졸업 이후 런던의 왕립중앙연극담화원(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 Drama)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기 내공을 다지기 시작했다.
2015년 졸업 이후엔 곧바로 이안 감독의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에서 주인공 빌리를 연기하며 스크린 데뷔했다. 이라크전의 참전 용사로 활약했으나 전쟁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빌리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 이듬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역시 돋보였음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조 알윈은 차기작 라인업이 유독 눈에 띄는 배우다. 각종 영화제의 기대작으로 손꼽힌 <보이 이레이즈드>와 시얼샤 로넌과 마고 로비의 불꽃튀는 신경전을 만나볼 수 있을 <메리 퀸 오브 스코츠> 등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조 알윈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절반을 시대극으로 채워왔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은 조 알윈의 차기작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그는 앤 여왕을 보필하던 아비게일(엠마 스톤)의 남편인 사무엘 마샴을 연기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독특하고 기괴한 세계에 그가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눈여겨보자.
찰리 히튼
떠오르는 퇴폐미 강자. 영국 해안의 작은 도시 브리드링톤에서 태어난 찰리 히튼은 16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디뎠다. 록 밴드 코마네치(Comanechi)의 드러머로 합류하며 1년 넘게 밴드 순회공연을 치렀고, 누나이자 배우인 레비 히튼이 배우 에이전시 등록을 권하며 연기로 눈을 돌렸다.
그의 데뷔작은 범죄 드라마 <DCI 뱅크스>. 아르바이트를 겸함과 동시에 각종 드라마의 작은 역으로 연기 경력을 쌓던 찰리 히튼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넷플릭스 필람작 <기묘한 이야기>다. 음악과 사진밖에 모르는 아웃사이더이자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윌 바이어스(노아 스납)의 형인 조나단 바이어스를 연기했다. 극 중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나탈리아 다이어와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리버 피닉스가 떠오르는 쓸쓸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지닌 찰리 히튼은 주로 스릴러, 호러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차기작 역시 그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작품. 찰리 히튼은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 <엑스맨: 뉴 뮤턴트>의 개봉을 준비 중이다. 기존의 히어로물과 다르게 호러 장르로 제작되어 팬들의 기대를 사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캐논볼을 연기한다. 열에너지 생성, 고속 비행, 충격파 흡수 등의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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