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블의 팬이 아니다. 고로 마블 작품은 보지 않는다. 실은 마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DC,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를 모두 보지 않는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이다. 미안하다, 사실이 아니다. 어떤 마블 작품은 본다. 흑인 문화나 힙합과 관련 있는 마블 작품은 본다. 그래서 <블랙팬서>(2018)도 봤다.
얼마 전엔 <루크 케이지> 첫 번째 시즌을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했다. 사실 이 시리즈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난 재미있었다.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하고,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래퍼 맙 딥이나 힙합 그룹 우탱 클랜을 대사에 집어넣는 작품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게다가 에피소드 제목도 죄다 뉴욕 힙합의 상징인 갱스타의 노래 제목을 빌려왔다. 하! 이건 끝내주는 ‘힙합’ 드라마다.
사운드트랙도 훌륭하다. 에이드리언 영과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는 솔부터 힙합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오리지널 블랙 뮤직을 50여개 창조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Bulletproof Love>다. 우탱 클랜의 메소드 맨이 ‘총알을 막아내는’ 몸을 가진 루크 케이지에게 바치는 솔로 트랙이다. 여전한 최고급 플로도 놀랍지만 극중 라디오 신에서 메소드 맨이 이 트랙을 직접 부르는 광경은 감상의 효과를 몇십배는 배가한다.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 그다음에 우린 루크 케이지를 가졌지.’ 참고로 메소드 맨은 에피소드 12화에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