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성지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 중국 상업영화의 활력
2018-10-15
글 : 임수연
사진 : 김종훈 (객원기자)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여름이 가기 전에> <미국인 친구> 등을 연출한 성지혜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로 합류했다. 그는 중화권 영화를 담당한다. 프로그래머 채용 면접 당시 “유럽쪽으로 지원하지 그랬냐”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예전부터 시네필로서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한 영화는 허우샤오시엔, 왕가위 등 중화권 감독의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열혈남아>(1988) 같은 영화는 100번씩 보고 모든 장면과 대사를 외웠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난 영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관심사는 문득 중국어에 관심이 생겨 학원에 다니다 중국을 오가는 것으로 이어졌고, 아예 2016년부터 베이징영화아카데미에서 방문학자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베이징에 갔다가 정말 기절할 뻔했다. (웃음) 젊은 사람들의 태도가 매우 개방적이다.” 지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관찰했던 프로그래머답게 그는 올해 중화권 영화의 경향으로 중국 상업영화의 성장을 꼽았다. 올해 부산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 초청작 <나는 약신이 아니다>가 대표적인 예다. “부산영화제는 거장감독들의 신작, 신인감독 발굴이라는 두축을 균형 있게 잘 지켜왔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외국 관객이 봐도 보편적인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업영화가 소개된다. 중국의 경제 발전 이후 탄생한 다양한 영화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제대로 투자를 받은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영화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했을 당시만 해도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3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데뷔작을 만들게 됐고, 지금까지 3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너무 하고 싶던 영화 연출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를 뽑는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 지원했다.” 중국에서 보고 들은 것, 그리고 현장의 기억을 간직한 그는 “내가 현지에서 느꼈던 중국의 현재, 중국 스스로 느끼는 자화상에 부합하는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부산영화제의 재도약과 함께 합류한 그가 영화제에 불어넣을 신선한 기운이 기대된다.

필통

“머리가 아니라 손이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는 손으로 쓰고, 생각이 모아진 후에 컴퓨터로 정리한다. 박사 논문 쓸 때도 제일 중요한 기록은 커피숍에 앉아 손으로 했다. 지금 프로그래머 일을 할 때도 영화를 본 후 처음 느낀 내용을 바로 노트에 써서 도망가지 않게 잡아놓는다. 그래서 뭔가 필기할 수 있는 펜을 항상 지니고 다녀야 마음이 편하다.”

2013 <미국인 친구> 2010 <여덟 번의 감정> 2006 <여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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