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의 돌연변이, <웜 바디스>의 좀비 등 독특한 분장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니콜라스 홀트. 그가 명작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탄생 비화를 담은 <호밀밭의 반항아>로 돌아왔다. 니콜라스 홀트가 맡은 제리 샐린더(J.D. 샐린더)는 반항기 가득한 문학청년이다. 영화는 연애, 전쟁 등을 거치며 어떻게 그가 소설을 완성했는지를 그린다.
니콜라스 홀트는 괴상한 분장을 보여준 영화 외에도 귀여운 꼬마, 사랑에 빠진 청년 등 다양한 배역으로 연기 경력을 쌓았다. 아웃사이더 소설가로 변한 그를 만나보기 전, 그의 출연작들을 복습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아역 배우로 주목, <스킨스>로 스타덤
영국 출생의 니콜라스 홀트는 영국, 캐나다 합작 영화 <친밀한 관계>의 단역으로 데뷔를 했다. 이후 BBC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은 2002년 개봉한 <어바웃 어 보이>. 니콜라스 홀트는 책임감 없는 연애를 원하는 싱글남 윌(휴 그랜트)를 일깨워주는 아이 마커스 역을 맡았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마커스는 철없는 어른 윌에게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위로해주며 함께 성장해간다. 당시 만 11세였던 니콜라스 홀트는 귀여운 얼굴로 천진난만함과 어른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어바웃 어 보이>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니콜라스 홀트는 영국 청소년들의 비행, 우정을 담은 드라마 <스킨스>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른다. 그가 연기한 토니는 잘 생긴 외모에 공부까지 잘하는 바람둥이 고등학생. <스킨스>는 10대들의 불안정한 심리, 방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삐딱한 완벽남으로 변한 니콜라스 홀트 역시 반항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인기 하이틴 스타로 급부상했다. <스킨스>는 시즌 7까지 방영됐지만 니콜라스 홀트는 시즌 2를 마지막으로 하차하고 토니의 여동생 역으로 등장했던 에피(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넘겨받았다.
괴상한 분장과 함께한 영화들
<스킨스>로 스타덤에 오른 니콜라스 홀트는 할리우드로 눈길을 돌린다. 그는 톰 포드 감독의 <싱글맨>에 출연한 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타이탄>으로 첫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다. 그러나 적은 비중으로 등장,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그런 그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 작품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퍼스트 클래스>)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시작점인 <퍼스트 클래스>에서 그는 명석한 두뇌의 돌연변이 비스트를 연기했다. 그는 미스틱(제니퍼 로렌스) 등 다른 돌연변이들과 함께 원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성숙한 돌연변이를 보여줬다. <퍼스트 클래스>는 주위의 시선으로 고민하는 10대들의 특성과 돌연변이의 정체성을 절묘하게 섞었다. 니콜라스 홀트는 이후 시리즈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아포칼립스>에도 출연하며 점점 성숙해져가는 비스트의 모습을 담았다. 2019년 개봉 예정인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도 재등장한다.
<퍼스트 클래스> 이후 첫 블록버스터 주연작인 <잭 더 자이언트 킬러>에 출연하지만 혹평과 흥행 실패를 기록한다. 그리고 다시 괴상한 분장을 택한 <웜 바디스>가 흥행에 성공하며 “니콜라스 홀트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리면 흥행한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형태를 띤 <웜 바디스>에서 그는 좀비로 등장, 인간인 줄리(테레사 팔머)와의 사랑을 보여줬다.
니콜라스 홀트는 괴수, 좀비에 이어 신인류에도 도전한다. 조지 밀러가 감독이 스스로의 작품을 30년 만에 리부트 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에서 그는 죽어가는 신인류 녹스를 맡았다. 결과는 대성공. “거장의 귀환”이라는 호평을 받은 <매드맥스>는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쉴 틈 없는 액션으로 대중과 평단 모두의 극찬을 받았다. 니콜라스 홀트가 맡은 녹스는 처음에는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의 신봉자였지만, 맥스(톰 하디) 일행과 동행하며 가치관이 변하는 인물이다. 드라마가 아닌 액션으로 밀고 나가는 <매드맥스>는 그의 심리를 자세히 그리진 않았지만, 일행을 위해 장렬히 희생하는 녹스의 최후는 강한 여운을 남겼다.
섬세한 내면 연기가 돋보인 작품들
괴상한 분장에 몸 사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은 영화들 사이, 니콜라스 홀트는 섬세한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에도 종종 출연했다. 그 시작점은 앞서 말한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 <싱글맨>이다. 연인을 잃고 죽음을 결심하는 남자 조지(콜린 퍼스)의 하루를 그린 영화에서 니콜라스 홀트는 조지에게 호감을 가지는 소년 케니를 연기했다. <싱글맨>은 주인공 조지를 중심적으로 그렸지만, 케니는 조지의 가장 큰 심경 변화를 이끄는 인물이다. 조지의 외로움을 알아채는 그는 위로의 말과 눈빛만으로 조지에게 다시 삶을 살아갈 희망을 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연출 데뷔작답게 영화는 색감 변화로 조지와 케니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서서히 더해지는 채도 속, 사랑에 빠진 니콜라스 홀트의 영롱한 파란색 눈동자가 빛난 영화다.
<싱글맨>에서 사랑을 향한 솔직한 감정을 보여준 니콜라스 홀트는 <이퀄스>에서는 반대로 절제된 감정을 표현했다.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를 소재로 한 <이퀄스>. 니콜라스 홀트가 맡은 사일러스는 감정보균자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사랑에 빠진다. ‘감정의 배제’라는 설정처럼 사일러스는 사랑을 크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숨소리, 눈가의 떨림만으로도 그의 감정은 전해졌다. 영화도 이런 그들의 사랑을 매우 조심스럽게 포착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푸른 조명을 이용해 실루엣 중심으로 담아낸 그들의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니콜라스 홀트는 이후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과 <뉴니스>로 재회, 애증관계에서 허덕이는 로맨스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출연작 복습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호밀밭의 반항아> 외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그의 작품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2018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더 페이버릿>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더 페이버릿>은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 독특한 상상력과 충격적인 스토리의 영화들로 여러 영화제들을 휩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다.
<더 페이버릿>은 18세기 영국,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의 총애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애비게일(엠마 스톤), 사라(레이첼 와이즈)을 그린다. 니콜라스 홀트는 토리당(영국의 보수 정당)을 이끄는 귀족, 할리를 연기했다. 할리는 세 배우에 비해 큰 비중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에서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니콜라스 홀트인 만큼 거장의 작품 속 그의 변신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