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배반의 장미> 네 사람의 아주 특별한 하루
2018-10-17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인터넷 자살 클럽에 닉네임 ‘최후의 불꽃’ 병남(김인권)이 긴급 공지를 올린다. 자살을 실행하자는 병남의 글에 닉네임 ‘인생은 미완성’ 심선(정상훈), ‘행복은 성적순’ 두석(김성철)이 모인다. 이들은 목욕탕 함께 가기 등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실행한 뒤 죽음을 맞이할 모텔로 함께 간다. 술을 마시며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다 자살을 하려던 순간, 자살에 동참하기 위해 ‘배반의 장미’ 미지(손담비)가 찾아온다. 미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세 남자들은 일단 자살은 유보해두고 미지와의 시간에 집중한다. 한편, 병남이 빼돌린 돈을 찾고 있던 깡패 광기(박철민)는 자살 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가문의 영광>(2002)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영화의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세 남자들은 미지에 대해 야한 상상을 하며 침을 꿀떡꿀떡 삼키는데, 99분간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박철민의 코믹 연기가 두세번 피식거리게 만들긴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으로 웃기기보다는 뺨 때리기, 욕하기 등 말초적인 웃음만을 제공하고, 배우들의 연기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인물과 대사는 전형적이다. 각본뿐만 아니라 촬영, 음악, 음향효과, 편집 모두 단순하게 느껴진다. 또한 영화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인물의 전형성으로 인해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은 상황만 연출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