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렬한 원색을 연상시킨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성철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김인권, 정상훈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의 달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번 영화에서 김성철은 자살을 결심한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넓혀온 그에게 <배반의 장미>는 “남을 시원하게 웃기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 낯선 장르를 무사히 소화한 김성철은 “도전이 좋다. 그게 내 나이에 가장 잘 맞는 일인 것 같다”고 새로운 열의를 다진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타고난 감옥 체질로, 갖가지 죄수 상식을 자랑하는 법자를 연기했다가 <배반의 장미>에선 자살클럽에 합류한 우울한 청년 두석이 됐다. 출소 이후의 행보가 꽤 비관적인 셈이다.
=두석의 닉네임이 ‘행복은 성적순’이다. 꿈은 경찰인데,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하고 4수를 했다.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갈 수 있는 대학이 거의 없다는 설정이다. 코미디에 걸맞게 ‘일자무식’인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 20대 초반이지만 아직은 청소년에 가까운 사람, 그래서 순수한 면도 있다.
-두석은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을 체득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반면 배우 김성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진학 이후 빠른 데뷔와 순탄한 행보를 이어온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의 맛에 일찍 눈을 떴다. 특히 19살 무렵은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치열하고 성실하게 보냈다. 그전까진 조금 어영부영 살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실패의 경험이 적다는 것은 내게 가장 두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 어떻게 실패하게 될까?’ 하는 부담감이 있다. 언제나 실패를 염두에 두고 더 노력하려고 한다.
-한예종 연극원에서 공부한 뒤 뮤지컬 배우로 첫걸음을 뗐다.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언제 알았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항상 마이크를 잡고 있다. 옛날 비디오를 봐도 춤추는 모습이 많더라.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가수를 꿈꿨던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느꼈다. 지금도 촬영이 없을 땐 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연기와 노래가 접목된 장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내게 감사한 기회였다.(김성철은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10대 소년 토비어스를 연기해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수상했다.-편집자)
-KBS 단막극 <투 제니>를 위해 기타를 배워서 싱어송라이터 역을 금세 소화하기도 했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촬영 2~3달 전부터 기타를 배웠는데, 내가 보기엔 부족한 지점이 눈에 많이 띈다.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중학생 때 잠깐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2주에 1번 1시간씩 1년 정도? (웃음) 그 경험에 기대어 기타를 빨리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손이 안 움직이더라. 잘해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안 될 때는 참 힘들다.
-뮤지컬, 16부작 드라마, 단막극 등을 거쳐 <배반의 장미>로 첫 영화 작업을 경험했다. 코미디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나.
=장르에 대한 욕심보다는 선배들과의 호흡, 그리고 두석 캐릭터가 지닌 드라마적 요소에 기대를 갖고 임했다. 특히 상훈이 형은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 때부터 워낙 팬이었다. 공연계에서도 전설이었고. 인권이 형도 마찬가지다. <해운대>(2009),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의 모습은 좀처럼 잊기 힘들다. 꼭 함께해보고 싶었다.
-감방의 죄수, 자살을 결심하고 모텔을 찾은 남자 등 설정이 강렬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깔이 뚜렷한 캐릭터가 좋다. 감옥을 잘 아는, 감옥에서 키워진 남자 법자. 한줄만 들어도 매우 명확한 캐릭터라는 점에 끌렸다. 거기에 내 해석을 덧붙여서 조금씩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캐릭터가 원색의 빨강이라면, 나는 그 빨강에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색을 찾아서 자연스럽게 매치시키고 싶다. 가능한 한 더 컬러풀하게.
-올해 28살이다. 남은 20대 안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다. 공연 무대는 움직임이 워낙 많고 반경이 넓은 데 반해 카메라 앞에서는 아무래도 조금은 제한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몸 쓰는 걸 워낙 좋아한다.
-차기작을 준비 중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쉼 없이 일해서 휴가 생각도 간절하겠다.
=아직은 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웃음) 데뷔하고 이제 4년이 지났다. 적어도 5년을 채울 때까지는 쉬지 않고 달리고 싶다.
영화 2018 <배반의 장미> TV 2018 <플레이어> 2018 <투 제니> 2017 <슬기로운 감빵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