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김용과 신성일, 그리고 남결영 추모
2018-11-09
글 : 주성철

이번호는 변동이 많았다. 무협 소설의 대가 김용 작가와 한국영화계의 큰 별 신성일 배우가 세상을 떠나면서 기존 편집안을 싹 바꿔야 했다. 송경원, 이다혜 기자가 김용에 대한 추억과 그의 작품들에 대한 헌사를 썼다. 나 또한 그로 인해 학창 시절 불면의 밤을 보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신성일 배우에 대해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신성일 회고전과 야외특별전시를 준비하며 고인을 수차례 만났던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이 그 기억을 떠올렸다. 또한 기자들 저마다 <맨발의 청춘>(1964), <초우>(1966), <장군의 수염>(1968), <내시>(1968), <휴일>(1968), <별들의 고향>(1974), <길소뜸>(1985) 등 유독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 썼다. 내가 더하고 싶은 작품은 이만희의 <원점>(1967)이다. 마치 장 피에르 멜빌 영화의 건조하고 쿨한 조직원처럼 근사하게 등장했던 신성일의 설악산 계단 격투 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그와 가짜 부부행세를 했던 배우 문희, 조직이 그를 죽이기 위해 설악산으로 보냈던 킬러 역의 배우 이해룡 선생이 이번 장례식장에 참석한 TV영상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깊은 애도를 표할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바로 지난 11월3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콩 배우 남결영이다. 당대 홍콩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던 <TVB> 방송국 연기자 훈련반 출신으로 드라마 <대시대> <개세호협> 등을 통해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우다. 영화배우로서의 활동은 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유덕화의 <법외정>(1985), 주윤발의 <기연출사>(1986), 장국영의 <백발마녀전>(1993)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고, 지금 한국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은 주성치의 <서유기 선리기연>(1995)과 <서유기 월광보합>(1995)에서 호시탐탐 지존보(주성치)의 목숨을 노리던 거미요괴 자매 중 백정정(막문위)의 언니 춘삼십낭 역일 것이다. 하지만 투병 생활 등 개인적으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정신착란으로 인한 강제 입원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정신이상의 원인을 과거 두명의 배우에게 당한 성폭행 때문이라고 폭로한 적 있다. 당시 할리우드의 하비 웨인스타인 미투 사건에 이어 ‘홍콩판 미투’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면서, <첨밀밀>(1996)과 <무간도>(2002) 시리즈 등으로 홍콩영화계를 대표해온 배우 증지위와 2011년 사망한 배우이자 <아비정전>(1990)의 제작자이기도 한 등광영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등광영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고, 증지위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남결영은 이후 모든 연예계 생활을 단절한 채 정부 보조금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해가다 안타깝게도 고독사로 숨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케이시 애플렉으로 인해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를 보기 꺼려하는 것처럼, 이제 증지위가 ‘미키마우스 조폭’으로 등장했던 <첨밀밀>을 다시 보는 것조차 힘들 것 같다. 게다가 한국 관객에게는 <도둑들>(2012)에 출연해 널리 알려진, 증지위의 첫째아들이자 배우 겸 감독인 증국상이 남결영의 사망 소식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지우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가 연출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까지 다시 보기 싫어진다.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하나, 생의 낭떠러지 앞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똑똑히 두 이름을 내뱉던 그녀의 진실을 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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